이 사장은 동아대에 입학했다가 가정형편으로 중퇴하고 일찌감치 사회에 뛰어 들었다. 독서실.학원.출판.광고 일 등 닥치는대로 일했다. 그는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변리사 취득 공부를 하다 인터넷과 인연이 닿았다"고 말했다. 1995년은 미국 국방성이 사용하던 네트워크를 상업적 목적으로 바꾼 인터넷이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 빠르게 보급되던 시기였다. 당연히 인터넷주소도 미국 측에서 주도했고, 모든 나라가 이를 수용했다. 이 사장은 "모든 사람이 받아들여도 나는 자국어를 놔두고 인터넷 주소창에 영어를 쓰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을 상대로 한글을 지키기위해 한글 인터넷 주소 기술을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주소창에 'www'로 시작하는 영어 도메인 대신 한글 등 각국의 언어로 주소를 쳐 넣으면 해당 사이트로 연결시키는 기술을 짜낸 것이다.이를 사업화하기 위해 기술신용보증기금에 2억원의 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 당했다. 그는 너무 억울해 한밤중에 산에 뛰어 올라다니며 분을 삭였다고 한다. 99년께 국내 상장기업들이 넷피아의 한글 주소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사업이 안정궤도에 올랐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회사인 리얼네임즈를 내세워 300억원 이상을 줄테니 회사를 팔라는 제안도 했다. 그는 "미국 회사의 품에 안길 수는 없다"며 거절했다. MS의 리얼네임즈는 이후 자국어 인터넷 원천기술 확보에 실패해 문을 닫았다. 현재 국내에서는 상장기업의 90%. 정부.지방자치단체의 100%가 넷피아의 한글 주소를 사용한다. 하루에 2000만건이 넘는 접속이 이뤄진다.
장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