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즈 칼럼] 후진국 원조, 돈보다 전략이 우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심영섭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해부터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는 한 해 2조 원이 넘는다. 우리나라는 2010년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2015년까지 ODA 규모를 국민총소득(GNI) 대비 0.25%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수치는 아직 0.15% 정도에 머물고 있다. 올해는 작년보다 ODA 규모를 무려 11%나 증액했지만 국제사회와 한 약속은 지키기 어렵다. 빠듯한 예산사정을 감안하면 2조 원이 넘는 공적개발원조는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원조후발국이자 아직 원조 규모가 크지 않다. 하지만 중국, 일본 등은 공세적인 원조 공세를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다. 바로 그런 틈바구니 속에서 한국의 입지는 미미한 존재일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수원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은 단순한 원조국이 아닌 미래 희망을 견인하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수원국에 단순히 물고기를 주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 역시 부족하다. 좋은 물고기를 지속적으로 잘 잡을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제시하는 게 혁신공유프로그램(Innovation Sharing Program)이다. 우리는 산업이라곤 농업과 경공업이 다였던 1960년대 중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를 설립해 고도산업국가로 발돋움했다. 또 모든 개발단계에선 꾸준한 혁신을 통해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공학기술과 혁신역량의 경험을 나누는 것이라면 그 어떤 나라보다 우리가 더 표나게 잘 할 수 있다. 단순한 원조를 통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중국 등 신흥원조국들과 차별화하는 접근방식이기도 하다.

 비단 공학기술뿐이랴. 기왕에 개발한 ‘한국형 원조’ 모델도 활용할 수 있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가운데 혁신과 관련이 있는 사업을 추려내면 된다. 차제에 원조후발국 한국이 국제사회에 강렬하고 폭넓게 인식될 수 있도록 개발협력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대한 깊은 성찰이 요구된다.

심영섭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