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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벤처기업, 중국과 거래 전에 알아야 할 것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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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
다산네트웍스 대표이사

중국 IT산업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최근 독일품질협회(DGQ)는 ‘저가, 저품질’로 평가되는 중국산 제품의 품질이 20년 후에는 세계적 수준이 될 것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모 언론에서는 최근 4년간 한·중·일 100대 기업 순위 변화 발표를 통해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도 내놨다.

한·중·일 100대 기업 중 중국은 2010년 27개에서 35개로 늘어난 반면, 한국은 20개에서 13개로 쪼그라들었다.

 중국 IT산업의 부상은 우리나라의 대기업이나 벤처기업 모두에게 위기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위기란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포함하는 단어다. 중국 기업들에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내주고 주저앉게 된다면 우리 경제는 엄청난 위험에 직면하게 되겠지만, 위기를 잘 극복하면 한국의 기업들이 한 단계 성장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최종 단계의 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 간에는 말 그대로 죽기 아니면 살기의 치열한 생존 경쟁이, 대기업에게 부품과 소재를 제공하는 중소 기업들에게는 기존 시장의 위기와 함께 또 다른 시장이 열리는 기회의 측면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협소한 내수시장에 의존해왔던 국내 중소 기업들은 메아리 없는 동반 성장과 상생을 외쳐왔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다시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는 전통적인 IT제조업의 패권이 당장은 국내 기업들에게 큰 위기를 안겨 주겠지만, 시장상황의 큰 변화는 철저한 시장 원리에 의해 새로운 거래관계과 사업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중국 대기업과 한국 대기업 간의 치열한 경쟁관계 속에서 시장 상황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국내 중소 기업들이 판로를 확대하는, 그동안 쉽지 않았던 글로벌화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아 볼 필요가 있다.

 다만, 중소기업들에게 중국 대기업과의 거래는 국내 대기업과의 거래보다 훨씬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숙지해야 한다. 첫째로는 한국 대기업들이 일본 부품 소재 기업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중국 대기업들을 옭아맬 독보적인 기술과 제품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일본 기업을 상대로 노력해 왔듯 그들도 당연히 우리의 기술을 자기 것으로 체득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을 것이다. 특정 IT 분야에서는 한국의 기술 인력 유출이란 측면에서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른 곳도 많다. 기술과 인력의 유출이 아닌 판로 확대의 노력을 경주해야만 한다.

 이와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 중국이라는 시장의 특수성이다. 시장의 중요성과 진출 기업 증가에 비해 지역에 대한 이해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 많은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실제 중국에 진출한 많은 벤처기업이 제한된 정보와 시장상황의 변화 및 협상력 부재 등으로 철수를 고민할 정도로 심각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벤처기업에게 있어 해외진출의 실패는 기업의 명운을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현지 문화와 속성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중소벤처기업은 규모나 전문성 측면에서 이러한 사전조사를 면밀히 진행하는데 한계를 갖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개별기업의 철저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개별기업이 갖고 있는 제한된 정보력과 협상력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정부차원의 노력도 꼭 필요하다. 중소벤처기업들의 해외진출과 여기서 겪는 애로사항에 관심을 갖고 원인 및 실태를 조사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중국 IT기업들은 탄탄한 내수 시장과 정부의 막강한 지원을 토대로 빠르게 성장해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했다. 정부가 외교력을 활용해 세계 각국의 현지 영업을 돕고, 중앙은행과 함께 파이낸싱을 통해 사업 수주를 적극 지원하여 기업·은행·정부가 삼위일체로 해외시장을 공략해 나간다.

 우리 정부 역시 다양한 해외진출 지원 정책을 펴고 있지만, 성과는 아직 미흡하다. 역량 있는 기업이 내수 시장에서 스스로 경쟁력을 축적할 수 있도록 공정한 기업 환경을 조성하고, 마케팅과 판로 개척 등 중소기업의 취약한 부분을 보완해 해외시장 진출을 돕는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 다산네트웍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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