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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세 김지하가 그린 산수화는…

중앙일보

입력

그림 보러 온 기자들 앉혀놓고 김지하(73)는 한참 정치 얘기를 했다. 윤여준이 어떻고, 안철수가 어떻고. 그림을 묻자 예맥족과 설총, 율곡을 말했다. 말은 때로 어지럽고 험했으며, 때로는 구수했다. 판소리 여러 마당 하듯, 원주에서 이날 상경한 노시인은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그림은 달랐다. 여백을 많이 남긴 깨끗한 종이는 호방한 몇 개의 선으로 절제된 박력이 있었다. 4∼5살 때부터 그림 그리고 싶었던, 특히 외갓집 뒤뜰의 모란이 가장 그리고 싶었던 소년이,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는 모란은 함초롬히 고왔다.

김지하가 8∼18일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수묵전을 연다. 제목은 '시인 김지하의 빈산‘. 더러 세상에 내놓았던 ‘코믹 달마’, 눈보라 속에 피어나는 ‘한매(寒梅)’를 비롯해 경기ㆍ강원 일대의 수묵 산수, 모란도 등 100여점을 전시한다. 일산에 살던 김씨는 장모인 소설가 박경리(1926∼2008) 선생 별세 후 강원도 원주에 자리잡았다. 철원ㆍ영월ㆍ제천ㆍ충주ㆍ여주ㆍ이천 등을 돌아다니며 그곳 산세를 간결한 선으로 담았다. 그림마다 ‘김영일(英一) 모심’이라고 본명을 적었다. 10일에는 시인의 신간 『초미(初眉)』와 『아우라지 미학(美學)의 길』『수왕사(水王史)』 출판기념회도 열린다. 02-734-1458.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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