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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전쟁상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0세기로 전투복을 입고 19세기식 대결을 하고 있다.』
근착 미조간지 「뉴스위크」는 이렇게 빈정거렸다.
일본의 한 유력지 요미우리(독매)신문은 사설에서 『펭귄들마저 웃을 전쟁』이라고 풍자했다. 포클랜드의 상주자라고는 펭귄새 밖에 없는데, 이들을 상대로 「전쟁상태」를 밎고 있는 것에 홍소(홍소)를 보낸 것이다.
최근 3주째 계속되고 있는 아르헨티나와 영국과의 포클랜드군도 영토분쟁은 전쟁아닌 전쟁상태를 벗어나 『기술적인 전쟁상태』라는 기묘한 경지에까지 접어들었다.
아르헨티나 외상 「니카노르·코스타·멘데스」는 25일 영구군이 포클랜드군도 동남방의 사우드조지아도를 탈환하자 『기술상으로 영국과 전쟁상태에 놓여 있다』고 선언했다. 영어로는 「테크니컬리·애트·워」(technically at war).
이 말은 국제정치 교과서에도 없는 신용어(?)다.
며칠 앞서 아르헨티나의 「갈티에리」대통령은 「작전상태」(디어터·오브·오퍼레이션)라고 표현한 일이 있었다. 필경 「기술적 전쟁상태」란 그보다 한발 진전된 상태를 두고 하는 말 같다.
「선전포고 이전」은 흔히 「전쟁일보전」상태(brinkmanship)라고도 한다. 그러나 기술적 전쟁상태는 그 단계를 지난 「포고」의 「반보전」상태라고나 할까.
전쟁은 타이프(형식)에 따라 옛날엔 제국주의전쟁, 민족주의전쟁, 종교전쟁으로 규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근세엔 혁명전쟁, 국민전쟁, 독립전쟁, 또는 경제전쟁으로 불렸다. 현대에 접어들어 전쟁은 전면(또는 세계)전쟁, 국지전쟁, 심리전쟁, 령전등으로 그 성격에 따라 호칭도 바뀌었다.
옛날엔 전쟁의 모티브(동기)가 문제였지만 지금은 성격이 더 중요시되는 것이다. 독면 군사전략가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현대전을 면대(무제한)전쟁, 현실적(제한)전쟁으로 분류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체(총력)전쟁, 진보적전쟁, 반동적전쟁으로 나누기도 한다.
전략에 따라서 급습(pounce)전, 기동(머누버)전, 섬멸전, 소모전으로 구별할 때도 있다.
어느 편이든 오늘의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나 전쟁상태가 얼마나 복잡하고 미묘한가는 이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전쟁사전」이라도 엮어야할 지경이다.
한국동난이 발발했을 때 「트루먼」미국대통령은 그 전쟁을 『발가벗은 수락전쟁』(네이키드·어그레시브·워)이라고 했었다. 이 말 또한 한국전쟁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절묘한 표현이었다.
포클랜드사태를 평가하는 마지막 말이 하나 남아 있다. 「뉴스위크」지의 「체면전쟁」(duel of honor)이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헤이그」미국무장관이 지금 동분서주하는 것도 바로 두 나라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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