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코리안] 아귀찜·순두부·냉면… 베이징 한식점'맛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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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의 한식당인 수복성의 중국 종업원들이 긴 젓가락으로 접시 위에 담긴 콩알 집기 훈련을 하고 있다.

한식당의 베이징(北京) 진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초대형 회의실을 갖춘 고급 레스토랑, 별이 보이는 테라스형 요리점, 공원을 정원으로 삼은 전원풍 식당 등 다양하다. 베이징의 한인 수 급증에 따른 것이다.

동포 사회 '맛 전쟁'의 격전지는 '왕징(望京)'구역. 베이징 거주 한국인 6만 명 중 60%가 넘는 4만 명 정도가 몰려 있다. 이곳에는 마산 아귀찜에서 북창동 순두부, 오장동 함흥냉면까지 몇 해 전만 해도 베이징에선 맛보기 어려웠던 한식이 다 나와 있다.

1992년 한.중 수교를 전후해 베이징에 진출했던 한식당은 처음엔 메뉴로 경쟁을 벌였다. '불갈비.국수전골' 음식점이 문을 열면 그 옆엔 '솥뚜껑 삼겹살' 식당점이 오픈하는 식이다.

최근엔 '분위기 경쟁'이 가세했다. 리두(麗都) 공원 안의 카페형 한식점은 최근 대대적인 내부 공사를 벌였다. 천장과 벽을 모두 유리로 바꿨다. "눈.비가 내리는 밤에 멋있는 야경을 선사하기 위해서"라는 게 이선희(49) 사장의 말이다.

최고급화 전략을 펼치는 곳도 있다. 두산이 투자한 수복성(壽福城)이 대표적인 예. 창안(長安)가에 위치한 수복성 1호점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측근과 함께 와 식사를 한 곳으로 유명하다. 그 여세를 몰아 개업한 수복성 2호점은 한식당을 베이징 내 호화 식당의 반열에 올리고 있다. 120명이 회의를 마치고 식사할 수 있는 대형 룸을 갖췄다. 복도엔 사무용 컴퓨터를 비치했다. 화장실은 베이징의 최고 호텔보다 더 호화롭게 꾸몄다는 평이다. 종업원 교육도 꽤 까다롭다. 120% 고객 만족 서비스를 위해 젓가락으로 콩 집는 훈련부터 한다. 고기나 반찬을 흘리지 않고 손님들에게 서빙하기 위해서다.

"한 끼에 1만 위안(약 130만원)을 부르는 중국 유명 요릿집과 경쟁하려면 한식 또한 최고가 식단이 필요하다"며 온대성(43) 수복성 사장은 호화 한식단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베이징 내 한국 요식업 친목단체인 이월회에 따르면 매장이 100평 이상인 대형 한식점은 30개. 이보다 규모가 작은 식당은 150개. 여기에 조선족 동포가 운영하는 한식당까지 더하면 600개가 넘는 한식당이 베이징에서 성업 중이다.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엔 베이징 내 한인 수 10만 명 돌파와 한식당 1000개 개점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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