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제 경제는 아예 포기했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이 정부의 임기 내에 경제가 나아지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정부 스스로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노력도, 그럴 의지도 포기한 듯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경제에 '올인'하겠다던 대통령은 슬그머니 그 책임을 총리에게 떠넘겼고, 총리가 주재한 경제민생점검회의에선 올 하반기에 해보겠다는 이렇다 할 경기대책 하나 내놓지 못했다. 경제부총리는 성장률이 떨어진 이유를 설명하기 급급할 뿐 성장률을 높일 방법은 제시하지 못한다. 경제 현안 전반을 살펴야 할 대통령 경제보좌관은 오로지 부동산 대책에만 매달려 있고,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부동산 자문회의'로 변질됐다. 경제정책을 조율해야 할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은 경제 살리기에 대해선 일언반구 말이 없다.

이 정부가 역점을 두어 추진하겠다는 경제정책이라곤 멀쩡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뜯어 옮기고, 강남 부동산값을 때려잡겠다는 것뿐이다. 수도권 공장 신.증설 규제의 완화는 지방 균형발전 논리에 역행해서 안 되고, 건설업 활성화는 부동산 투기 때문에 절대 못하겠다고 한다. 시중에 떠도는 400조원이 넘는 부동자금을 어떻게 생산적으로 돌릴지,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기름값은 어떻게 할지 아무런 대책이 없다. 이 와중에 정부는 토론과 협의를 하느라 말만 무성할 뿐 무엇 하나 결정하는 게 없이 세월만 보내고 있다. 국민은 이제 지쳤다. 이 정부가 출범한 이후 2년 반 동안 해온 수많은 토론과 협의도 이젠 지겹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나오는 대통령과 정책 당국자들의 말 바꾸기도 식상한 지 오래다. 다만 그 많은 위원회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며, 공들여 만든 100가지 장밋빛 로드맵은 다 어디 갔는지 궁금할 뿐이다.

국가가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민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일이다. 집권 절반을 넘긴 정부가 이제 와서 '경제와 민생은 나 몰라라'하고 나오면 어쩌겠다는 것인가. 제아무리 개혁을 앞세워도 경제를 망친 정권이 좋은 평가를 받은 적은 동서고금에 없다는 점을 새겨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