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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않고 세금 먹는 공무원은 도둑 심보 … 구조조정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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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경상남도엔 지금 칼바람이 불고 있다. 산하 공공기관을 구조조정하는 바람이다. 다른 광역시·도는 아직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데 유독 경남도만 강력하게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바람을 일으키는 건 물론 홍준표(60) 경남도지사다. 지난해 진주의료원을 폐업시키더니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이하 자유구역청)과 경남발전연구원 등의 인력을 확 줄였다. 지난달 21일엔 자유구역청장을 직위해제까지 했다.

약간 흐트러진 옷매무새와 넥타이 매듭은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특징이다. 측근이 바로잡으려 하면 “치아라(놔둬라)” 소리가 돌아온다. 그만큼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는 인터뷰에서 “일부 지방 수장이 봉건 영주화되고 있다”는 말도 했다. 내리 2선·3선하며 공무원들이 바른 소리를 못하게 됐다는 뜻이다. [사진 경상남도]

 - 자유구역청장을 경질한 이유는.

 “일을 안 했다. 2억6000만 달러 투자 유치하겠다고 해놓고 1년5개월간 (경남도에 유치한) 실적이 20만 달러다. 미국 회사에서 투자하겠다고 찾아왔는데 청장이 오히려 부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공무원이 일을 해야지 일하지 않고 국가 세금을 먹으려고 하는 건 도둑놈 심보다.”

 - 자유구역청 인원 133명 중 71명을 줄였다.

 “감사 결과 잉여 인력이 많다고 나왔다. 자유구역청이 130명 데리고 20만 달러 유치하는 동안 경남도는 직원 5명이 1억2000만 달러를 유치했다. 그뿐 아니다. (자유구역청 직원에게) 파견 나왔다고 수당을 한 달에 120만원까지 줬다. 그거 받을 근거가 없다. 12월 1일부터 싹 없앤다. 공공기관에 눈먼 돈이 그렇게 많다.”

 - 다른 기관도 강력하게 구조조정하고 있다. 반발은 없나.

 “경남발전연구원은 논문 표절을 조사했다. 상당수가 엉터리였다. 그 결과를 보여주니 아무 소리 못하고 보따리 싸더라. 다른 데도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조례를 개정해 자리를 없애는 식으로 구조조정했다. ‘(문 닫은) 진주의료원 봤나. 대들면 그냥 안 둔다’고 하니까 아무 말 안 한다. 문 닫는 걸 통해 ‘공공기관도 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니 따라오는 것 아니겠나.”

 - 지사는 선출직인데 적을 많이 만드는 것 같다.

 “적당히 일하고 먹고살려는데 나가라고 하니 당연히 나를 원망할 것이다. 그게 무서워 공적인 업무(구조조정)를 추진하지 못하면 안 된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에 맞춰 행동해야 한다.”

 - 수사 검사처럼 한다는 얘기가 있다. 소통 없이 구조조정을 밀어붙인다는 거다.

 “소통하다 끝나는 것처럼 무책임한 게 없다. 소통 없는 결단은 독선이지만 소통 뒤에는 반드시 정치지도자가 결단해야 한다. 그런데 DJ(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카리스마의 시대가 끝나고 그 다음부터 눈치 보는 시대가 됐다. 위원회를 만들어 결정하게 하고 정치지도자는 그에 따라 집행만 한다. 지도자가 눈치만 보고 (결정하는) 책임을 방기했다.”

 - 무상급식 관련, 경남 초·중·고 90개교를 감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가 돈을 주니까 제대로 쓰는지 보겠다는 거다. 올해 지원하는 돈이 822억원(기초자치단체 포함)이다.”

 - 무상급식 자체를 반대하나.

 “도입 취지는 좋다. 하지만 예산 사정이 허락하지 않는데도 무상급식을 하다 보니까 학교 시설 개·보수나 교원 처우 개선은 뒷전이 돼버렸다.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무상급식 하는 대표적인 나라가 북유럽이다. 거기는 1인당 세금부담률이 45~55%다. 한국은 20%가 채 안 되는데 북유럽 수준의 복지를 원하는 건 도둑놈 심보다.”

 - 무상급식을 폐지하자는 건가.

 “교육청이 해야지 자치단체가 지원할 아무런 법적 의무가 없다. 무상급식은 교육청 예산만으로 해야 한다.”

 홍 지사는 지난달 16일과 28일 두 차례 인터뷰했다. 처음 인터뷰한 16일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개헌 문제를 거론한 날이었다.

 - 개헌론을 어떻게 생각하나.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제 개헌을 하자는데 국민적 열망이 없다.”

 - 왜 그렇게 보나.

 “지금 국회의원에 대한 인식이 어떤가. ‘개XX’다. 입법권 줘도 일 안 하는 국회의원들이 행정권까지 먹겠다고 덤비는 건 도둑놈 심보다. 국회, 저거 일 안 하면 옷 다 벗겨야 한다. 내가 원내대표 때는 (법안·예산안을) 날치기해서라도 일은 했다. 그리고 하나 더. 대한민국 참 희한한 나라다. 툭하면 대통령 지지율 조사를 왜 하나.”

 - 뭐가 문제인가.

 “대통령은 어차피 5년만 한다. 5년간 나라 위해 일하고 평가는 나중에 받는 다. 그런데 수시로 지지율을 조사하니 대통령이 현재에만 매달린다. 먼 미래 설계가 없다. 이래서는 나라 거덜 난다. 미래를 그리도록 해야 한다.”

 - 경남의 미래는 어떻게 그리고 있나.

 “1974년 생긴 창원국가산업단지로 지금까지 40년 먹고살았다. 이젠 그게 다 쇠락했다. 미래가 없다. 그래서 ‘5+1’이란 것을 잡았다. 항공우주·나노융합·조선해양플랜트·지능형기계시스템·항노화산업에 진해글로벌테마파크를 별도로 추진한다. 이게 되면 앞으로 50년 경남이 먹고살 거리가 생긴다. 지난해 시작해 투자도 들어오고 많이 가시화됐다.”

 - 경남 50년을 위해 계속 지사에 도전할 건가.

 “영호남처럼 특정 정당이 독점하는 지역에서는 12년(3선) 하는 게 맞지 않다. 두 번 정도가 적절하다. 12년 하면 지역 토착 기득권과 유착할 가능성이 커진다. 공무원도 바른말 하기가 어렵다. 한번 찍히면 끝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진다. 이런 폐단을 줄이려면 연임을 2회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 대선에 도전할 생각인가.

 “대답할 성격이 아니다. 지금 나는 경남도정에 충실하겠다.”

 - 눈에 띄는 차기 대선 후보가 있나.

 “절대 강자가 없다. 무엇보다 미래를 그리는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 지금은 50년 미래를 위해 대한민국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생각할 때다. 그런데 그건 뒷전이고 눈만 뜨면 여야, 보수·진보로 나뉘어 싸운다.”

 - 훗날 은퇴 후 계획은.

 “역사 교사를 하고 싶다. 역사를 알아야 미래가 보인다. 그래서 자라는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기회가 내게 오지는 않을 것 같고…. 하여튼 역사 공부를 하겠다.”

 마지막으로 안상수 창원시장과의 관계를 물었다. 과거부터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고 6·4 지방선거를 위한 새누리당 경남지사 후보 경선에서 안 시장은 홍 지사와 맞선 박완수 후보를 밀었다.

 - 안상수 시장과 사이가 어떤가.

 “안 싸운다. 안 시장이야 계란 던진 시의원하고 싸웠지(안 시장은 시의회에서 김성일 창원시의원이 던진 계란에 맞았다). 선거 뒤 LG전자 연구개발센터를 창원에 유치할 때도 내가 도왔다. 하긴 날달걀 맞았는데 전치 2주는 좀 이상하다. 삶은 달걀에 맞은 것도 아니고….”

창원=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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