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공무원, 여당 말 안듣고 한나라 말 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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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5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서울=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여권 수뇌부 모임과 여야 정당대표 간담회 등에서 "공무원들이 우리(여권)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 말을 듣는다"고 걱정하는 등 임기 후반 공무원 사회의 이완조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문화일보가 6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특히 윤광웅 국방장관 해임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내각과 공무원 조직의 이탈 등 권력누수 현상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을 우려했으며, 이같은 점 때문에 '연정' 등 국정 운영방식의 변화를 심각하게 모색하게 됐다고 복수의 여권관계자들이 전했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6일 이 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달 29일 청와대 초청 여야지도부 오찬에서 노 대통령이 '공무원들이 우리 말을 듣나요, 한나라당 말을 듣지요. 여소야대가 되니까 공무원들이 말을 안들어서 장관들의 부처 장악력이 떨어진다. 예전 국방장관들은 군을 장악하지 못해 개혁프로그램을 내가 챙겨야 했다. 그런데 지금 윤 국방장관을 바꾸면 개혁에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도 이날 통화에서 "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여권수뇌부 11인모임에 참석한 자리에서 '여소야대가 되면 장관들의 태도가 바뀌고 업무에서 공무원들의 자신감과 추진력이 저하되는 것을 느끼겠더라'는 입장을 피력했다"며 "임기 초반기에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안이 가결되고 윤성식 감사원장 임명을 야당이 비토한 것이 큰 충격을 낳았는데 지금 시점에서 이런 일이 다시 생기면 어떻게 되겠느냐는 인식을 보였다"고 전했다.

열린우리당의 다른 고위 당직자는 "노 대통령이 윤 장관 해임안을 심각하게 생각한 것은 통과되면 내각과 관료사회가 엉망이 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전했고, 또 다른 당직자도 "노 대통령은 당초 윤 장관 해임안이 실제 통과될 것으로 생각했고 연정 얘기도 이런 걱정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배기선 사무총장은 6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민주당과의 합당문제에 대해 "가능하면 합당을 해야 한다고 본다"며 "현재 우리당이 추구하는 기본적인 정강 정책, 이념, 비전 이런 것들이 민주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임기후반 레임덕 현상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직접 드러낸 것일 뿐만 아니라 연정 등 국정 운영방식 변화를 모색하는 동기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향후 여권의 내부 논의 추이가 주목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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