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질환(244)|김승도<강남성모병원산부인과과장>|산전 진찰(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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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최근 들어 임신한 젊은 부인들은 임신과 분만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임신된 태아의 발육과정·약물사용·X선 촬영·혈액형, 그리고 기타 임신 때 유의할 사항에 이르기까지 꼬치꼬치 캐묻는 관심을 보이고있다.
그런가하면 전통적인 친정·시어머니들 중에는 임신 초기나 중기 심지어 말기까지도 병원을 찾는 것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남녀간에 사랑을 하고 그 결과 아기를 갖는 근본기전은 예나 지금이나 바꿔진 것이 하나도 없다. 그 반면에 산과분야는 최근 어느 분야 보다도 더 많은 과학적인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그에 따라 어려웠던 문제들이 많이 해결되고 있다. 실제로 현대 산과학이 이룩한 혁혁한 공적중 큰 것중의 하나는 산전진찰제도를 도입해서 확립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최근 신생아 사망률의 원인 중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숙아의 빈도가 우리나라의 경우 필자 조사로는 평균 7%정도인데 산전 진찰을 받지 않은 산모에서는 20%정도로 나타난 것을 보면 산전진찰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산전진찰이라고 간단히 말하지만 사실상 임신한 부인들이 언제 산전진찰을 받아야 하고 어느 병원·어떤 의사에게 가야하는가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임신 전부터 당뇨병과 같은 내과적 질환이나 습관성 자연 유산증 같은 과거 병력이 있는 부인에서는 임신이 되자마자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원칙이고, 그렇지 않고 모든 것이 정상인 부인은 임신 뇨검사로 양성반응이 나올 수 있는 임신 6주에서 8주 사이에서 첫 진찰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병원을 처음 방문해서 얻을 수 있는 임신부의 의학적 정보는 일반이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종합적인 것이다.
병원에서 의사를 대함으로써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성립되어 임신과 분만과정에서 올 수 있는 심리적 부담과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검사에서 얻어지는 체중, 혈압, 심장, 간장의 크기, 골반의 크기, 내진에서 얻어지는 자궁-I부속기 종양유무, 산도의 상태 등 온 전신의 의학적 기초정보가 얻어진다.
소변 및 혈액검사, 암 세포 검사, 혈액형 검사, 매독반응, 그리고 우리나라 특수사정에 따른 간염항체검사까지를 포함해서 검사를 받을 수가 있다.
이러한 노력은 결국 임신에서 만삭까지 산모와 태아를 정상적으로 이끌어가고 신체적으로나 지능, 정서적으로 완전한 아기를 얻자는 산과적인 노력인 것이다.
정상적인 임부가 산전 진찰을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횟수는 처음에는 간격이 크지만 출산을 앞둘수록 많아진다.
임신초기에서 7개월까지는 매월 1회씩 정기적인 진찰을 받게되며, 8개월이 되는 한달간은 2주일에 1회의 진찰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임신말기가 되면 1주에 1회씩 병원을 찾아 태아의 위치·극기·태아심음·골반진찰 등을 시행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정상적일 때의 얘기고, 이 기간 중 임부나 태아의 위험신호인 자궁출혈, 복통이나 지속적인 두통, 맑은 분비물이 많이 흘러나오는 경우, 얼굴이나 하지에 부종이 오고 열이 난다든지 할 때는 정기검진과는 관계없이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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