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는 적당히 풀어야 한다|미 「레오·매도」박사의 해소법을 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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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소일소, 일노일노」라고 해서 화내는 것을 금물로 생각한다. 그러나 화는 에너지 방출의 한 형태로 종은 쪽으로 유도하면 쓸모가 있다는 얘기도 있다.
사람이 살다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있게 마련. 이럴 때 반응하는 태도로 사람에 따라서 각양각색이다.
불끈해서 큰 소리를 지른다거나, 거꾸로 의기소침해서 풀이 죽기도 하고, 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사람에 따라 갑자기 뼈마디가 쑤신다거나 혈압이 오르는 등 육체적인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도 알고 보면 「화」의 한 형태다.
사람들은 왜 화를 내며, 화가 치밀 때는 어떻게 마음을 다듬는 것이 좋을까.
미 펜실베이니아 병원의 「레오·매도」박사는 『화는 오랜 기간 훈련되고 발전된 하나의 필요한 감정』이라고 표현했다.
아주 어릴 때라면 아이들은 대체로 자신이 갖고 싶은 것, 또는 하고 싶은 일을 갖거나 하고 싶은 대로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차차 나이가 들면서 부모로부터 갖가지 제약을 경험케 된다.
대소변가리기는 물론 식탁에서의 예절, 웃어른을 대하는 방법 등등, 아이는 자신이 원치 않는 일들을 강요받으면서 최초의 좌절을 맛보게된다.
물론 이러한 좌절감을 갖게 하는 것이 성장과정에는 필수적이다.
많은 학자들은 최근 젊은 세대가 이러한 긍정적 의미의 좌절감을 제대로 경험치 못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순종과 양보, 자기 억제 등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온 부모들의 관용이 자식들로 하여금 「자신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감정을 절제하는 방법을 올바로 배우지 못한 젊은 세대들은 살인 등 범죄쪽으로 화를 폭발시키거나 또는 자살의 형태로 화를 푼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화는 일상생활에서 보다 온건한 방법으로 나타난다.
가장 흔한 형태가 의기소침. 예를 들어 월요일만 되면 회사에 출근하기가 싫고, 온 몸에 맥이 빠지는 월요병도 화의 한 형태다. 울거나 눈물을 흘리는 것도 화의 또다른 형태.
이럴 때 권투경기를 보거나 미시축구 등 거친 운동을 관전하는 것이 화를 누그러뜨리는 한가지 방법이다.
코미디언의 재치있는 농담을 듣거나,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보면서 마음껏 웃는 것도 화를 발산시켜 버리는 방법.
화를 적절히 풀지 앓고 속으로 꾹 참고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화를 지나치게 억제하는 것은 치질에서 구토에 이르는 갖가지 병의 요인이 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흔히 나타나는 것은 두통이다. 이밖에도 고혈압·관절염 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화도 우리가 갖고있는 에너지의 한 형태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화는 학창시절, 보다 좋은 성적, 보다 높은 득표를 이루기 위한 에너지로 대체시킬 수 있으며, 직장 또는 사업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확대시키기 위한 경쟁심으로 변환이 가능하다.
또는 화가 날 때 조깅 등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도 화를 풀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건강을 돕는 일거양득의 의미를 갖는다.
「매도」박사는 화가 났을 때 대처하는 4가지 단계를 소개하고 있다.
첫째,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지금 화가 났다는 사실을 인정하라는 것.
둘째는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가를 확인하라는 것이다.
셋째, 화를 내고있는 대상이 현실적인 것인가 아닌가를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이 발을 밟았을 때 화를 내는 것은 확실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직장상사가 자신을 자식처럼 대하지 않는다 해서 화를 내는 따위의 일은 현실적인 이유가 되지 않는다.
넷째, 화를 낸 이유가 확실하고 또 화를 낼 만큼 합당한 이유라면 그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직장여성이 자신이 남녀차별의 대상이 되고있다고 생각한다면 일단 자신이 지나치게 그 문제에 민감한 때문인지 또는 차별대우를 느낄 확실한 근거가 있는지를 구별해야한다. 만약 차별대우가 확실하고 불법적이라면 그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 최대한으로 노력해야한다. 결국 화를 낼 분명하고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화를 내는 에너지를 다른 긍정적인 목표달성을 위한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것. 그러면 오히려 발전을 위한 큰 추진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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