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관리국 보존관리실 연구원 윤미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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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흙 더미 속에 파묻힌 쇠붙이들이 발굴현장 작업반들의 표적이 된다.
이렇게 색깔도, 크기도, 형체도 식별할 수 없을 만큼 형편없이 녹슬고 비뚤어진 쇠붙이들이 정교한 보수작업을 거쳐서야 한점의 빛나는 문화재로 박물관에 전시된다.
국내에서 출토되고 있는 모든 유물을 복원시키는 문화재 종합병원 격이 문화재 관리국이다.
유물이 출토되거나 인양된 후부터 전시되기까지의 모든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이 문화재관리국 보존관리실 안 물리실험실 연구원 윤미선씨(25)는 80년10월 문화재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기 위해 안압지 실측학생을 모집한 경주유물발굴단에 참가한 것이 유물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되었다.
『경주라는 지역이 주는 분위기 때문에 무턱대고 매료되었습니다. 어느 분야보다도 아기자기하고 연구할 것이 많다는 점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요. 세심한 배려와 지극한 정성으로 유물을 대하려는 마음가짐이 일 자체에서 오는 긴장감을 덜어주고 있지요.』
우리나라에서 문화재보존과학에 눈을 돌려 보존과학연구실이 정식 발족된 것은 75년.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보존하기 위해서였다.
요즈음 문화재관리국 보존관리실은 신안 앞 바다의 난파무역선에서 건져낸 유물과 경주 황남동 고총에서 출토된 유물처리작업으로 한참 분주하다.
귀걸이·허리띠·그릇 등 각종 장신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물들은 물리금속실·화학목재실·생물지류실을 거쳐 복원 처리되고 있다.
신안 유물 가운데 숟가락의 소금기를 제거시키기 위해 증류수에 담그는 작업을 막 마친 윤씨는 『유물 하나하나마다 깜찍스러울만큼 저마다 은상감무늬나 명문 등이 은밀히 숨겨져 있어 X-레이 촬영을 하고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재질을 분석해 보는 일련의 작업들이 늘 가슴을 설레게 한다』고 들려준다.
물리실험실에 일단 유물이 인수되면 관찰 및 실측→재질분석→보존처리계획 수립→탈엽처리→경화처리→접합 색칠의 과정을 계통상 한 연구원이 모두 책임지고 처리해내야 한다.
따라서 유물 하나에 약 5∼6개월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작업 도중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유물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늘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점이 가장 큰 고충』이라고 털어놓으면서 『이 작업을 위해선 유물에 대한 안목과 폭넓은 지식, 일에 대한 적극적인 신념 등이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공예과 출신인 그가 전혀 생소한 물리와 관련된 작업내용을 익히고 실험도구를 접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해낸 이면에는 주위의 자상한 배려가 커다란 격려가 되었다고 한다.
끈기있게 포기하지 않고 일에 매달리는 억척만 있다면 어느 일보다 여자에게 적합한 직종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는 그는 조상의 슬기를 배우는 현장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긍지만이라도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고 얘기한다.
윤영택씨(입·교감)의 1남2여중 둘째딸로 미혼이다. <육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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