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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트럭운전사를 가장 서구를누비는소스파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소련의 비밀경찰이며 정보기관인 국가안보위원회(KGB)는 최근 고도의 간첩훈련을 받은 상당수의 정보장교들을 국제운송화물 트럭운전사로 가장해 서구각국에 침투시키는 새로운 수법의 스파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스위스의 한 고위정보관리가 얼마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폭로했다.
이관리에 따르면 운전사로 위장한 소련정보장교들은 화물트럭을 몰고 서구의 각도시와 마을을 종횡무진으로 누비며 간첩활동을 하고있으며 이들은 「국체운송화물차량」표지를 달고있어 통행에 큰불편을 느끼지않고 있으며 국경에서의 검문도 쉽게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화물트럭은 간첩활동에 필요한 각종 정밀전자기기를 장비하고있어 하나의 완벽한 스파이센터로 손색이 없으며 서구각국에서 간첩활동을 하다가 적발된 사례도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네덜란드의 대간첩기관은 소련화물트럭운전사 가운데 20여명이 소련군탱크부대 현역장교란 사실을 밝혀냈으며 네덜란드의 강과 개울의 수심을 측량, 네덜란드주재 소련대사관요원과 접선중인 현행범을 체포하기도 했다.
또 오스트리아에선 화물트럭 운전석에서 본부로부터의 무전지시를 청취, 암호를 풀고있던 위장운전사들을 검거했으며 스웨덴에서도 이같은 사례가 상당수 적발됐다.
소련화물 트럭운전사들은 군사작전 지역이나 군부대주변까지 침투, 전자장비등을 이용해 군의 훈련이나 작전내용을 탐지하기 일쑤로 작전이나 훈련지역근처에서 고장을 가장해 차를 세우고 간첩활동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운전사로 가장한 소련정보장교들의 임무는 서구각국의 도로망탐지, 교량이 파괴됐을 경우의 우회로확인, 탱크의 도강작전에 대비한 각종하천의 수심파악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브레즈네프」의 후계자 물망에 오르고 있는 정치국원「유리·안드로포프」(67)가 이끄는 KGB직원의 총수는 약 5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중 첩보및 방첩요원수는 약9만명이며 3O만명은 보안유지와 요인경호를 담당하는 비밀경찰, 나머지는 행정요원이다.
대외첩보활동은 KGB 제1총국이 맡고 있다.
요즘 이들이 가장중점을 두는 활동은 서방측이 개발하는 고도군사과학기술을 훔쳐냄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버는「정보들치기」작전. 정치정보와 외국인포섭은 그다음 순위다.
이제까지 KGB는 라이벌인 미국CIA에 비해 통신및 전자기술에 의한 첩보활동은 장비부실 때문에 조금 떨어지지만 대신 포섭공작등 대인활동은 훨씬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뭏든 화물트럭을 이용한 KBG의 기동첩보활동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서구각국의 방첩기관들은 대형화물트럭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파리=주원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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