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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알선기관부터 알고 찾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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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저성장 시대일수록 고용은 불안정하다.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고 적성에 맞는 직업을 구하기는 더욱 힘들다. 이럴 때 강조되는 것이 직업안정기관의 역할이다. 직업안정이란 인력시장을 체계화 해 구직자와 구인자를 연결해 주는 것. 직업안정기관의 역할이 활성화되면 실업의 충격도 그만큼 흡수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직업안정정책은 아직 저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단순한 소개소의 역할밖에 못하는데다 그나마 그런 게 있는지조차도 몰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리와 사람을 맺어주는 일도 못지 않게 긴요하다. 직업안정기관의 실태와 이용방법 등을 알아본다.
◇실태
정부가 운영하는 국공립기관과 사실의 두 가지로 대별된다. 국공립기관은 직업알선 외에도 노동시장의 실태파악을 통한 고용안정기능을 하고 있으나 사설기관은 단순한 직원소개 업무만 하도록 돼있다.
국공립기관으로는 국립 중앙직업안정소가 전국에 42개 사무소를 갖고 있고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7개의 공립직업안정소가 있다.
사실로는 무료 4개를 포함, 모두 2백88개의 직업소개소가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절대수도 적을뿐더러 그 역할도 미흡하다. 작년 한햇동안 이들 직업안정기관을 통해 취업한 인구는 국공립 3만6천4백90명과 사실의 16만2천9백7명을 합쳐 모두 19만9천3백97명이었다.
전체취업 알선 대상 1백80여만명의 불과 11%만이 소개기관을 통해 일자리를 얻은 셈이다. 나머지 89%는 공개채용이나 연고채용으로 직장을 찾았다.
이외에 직업안정기관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밝지 못한 것도 활성화 방해요인으로 지적된다. 공공기관은 관이라는 선입견이 접촉을 가로막고 사설직업소개소는 가끔 일어나는 탈선이 공신력에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사설직업소개소는 현재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80년만 해도 4백80여개이던 것이 2년 사이에 2백여개가 줄어들었다. 장소이전이나 허가권의 양도·양수가 불가능하다는 법적 제약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불법·변칙운영의 결과 시민들의 외면을 자초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노동부는 유료사설직업소개소의 역할을 축소, 직업안정의 기능을 정부의 주도아래 점차 통합해갈 계획이다. 사설직업소개소의 신설을 억제, 79년 이후엔 일체 신규허가를 내주지 않고 무허가 소개소의 단속도 강화해왔다. 그 대신에 사설직업소개소의 역할을 공공기관이 흡수하도록 직업안정사무소를 85년까지는 2백50개로 늘려 현재의 시 단위에서 군 단위까지 확대 설치한다는 것이다.
◇이용방법
공공직업안정소에 구직을 의뢰하려면 사무소를 찾아가 직접 창구를 두드려야 한다. 경력과 취업조건(임금·직종·희망지역)등을 구직카드에 적어 넣으면 안정소측에서는 기업이 의뢰한 구인카드와 대조, 일자리를 골라준다. 이때 맞는 직장이 있으면 취업알선장을 발급 받아 그 업체를 찾으면 된다. 당장은 마땅한 일자리가 없더라도 한번 구직카드를 각성하면 2개월 동안은 계속 구인요청과 대조, 일자리를 찾아주도록 돼있다. 소개료는 전혀 받지 않는다.
공공직업안내소에서는 취업알선뿐 아니라 취업진로에 대한 상담도 하고 필요하면 적성검사도 무료로 해 준다.
사설직업소개소의 경우도 직접 사무소를 찾아야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고용주 즉 구인자가 내는 소개료는 한달 임금의 10%. 한달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둘 경우엔 소개소쪽에서 날자를 계산해 그만큼 소개료를 되돌려 줘야한다. 때로는 구직자에게 수고료를 요구하는 사무소도 있지만 이는 명백히 불법이라는 점이다.
요즈음은 필요한 일자리를 알아보려면 구인자동응답전화((676)1919)를 이용해도 좋다. 중앙직업안내소가 구인정보를 모두 종합, 이것을 녹음해 들려준다. 현재는 서울에만 설치돼있지만 올해 안에 부산·대구·광주·인천지역에서도 서비스를 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노동부에서는 구인정보를 실은 「직업정보」지를 만들어 역이나 버스터미널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무료배포해 보도록 할 계획이다. 「직업정보」가두판은 1주일에 두 번, 4월중에 첫호를 발간한다.
◇기타 직업알선단체
앞서 이야기한 직업안정소 말고도 직업소개 기능을 가진 기구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각급 학교와 훈련기관. 이들 기관이 학생이나 훈련생의 직업을 알선하는 것은 교육법에서도 보장하고있다.
이밖에도 올해 들어서는 몇몇 경제단체에서 노동시장의 중개역할을 맡겠다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능률협회의 「인재은행」과 경영자총협회가 추진하는 「상설노동시장」이다. 각 기업이 회원이 돼있는 고용주단체가 주도한다는 점이 특색이다.
인재은행은 고급두뇌의 소개창구가 되겠다는 것으로 7월1일 발족을 목표로 현재 작업을 추진 중이다. 40대 전후의 일자리를 잃은 전문기술인력을 등록 받아 구직업체와 연결한다는 것.
구직난 시대라 해도 기업이 정말로 필요한 고급 전문기술인력은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인재은행설립의 취지라는 설명이다.
한편 경영자총협회의 「상설노동시장」도 기능은 마찬가지나 고급두뇌 외에 기능인력과 서비스업종까지 대상으로 하는 점이 다르다.
직업안정기관을 설립하려면 상당한 준비가 있어야한다. 전문적인 관리인력이 필요하고 충분한 자금이 있어야한다. 유료소개소라면 몰라도 경제단체들이 소개료를 받고 직업알선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들 기관은 직업안정법상 직업안내기관으로서의 허가를 얻지 않아 확실한 평가를 내리기 힘들고 널리 이용되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 같다.
◇문 제 점
노동시장이 합리적으로 운영되려면 우선 시장이 체계화돼야한다. 이를 위해선 충분한 전문인력이 필요하지만 직업안정업무의 종사자는 우리의 경우 2백명 남짓이다. 경제활동인구 7만명에 하나골인 셈이다. 미국의 같은 업무종사자 4만3천명, 일본의 2만5천명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숫자다.
직업안정기관의 소개직종이 한정돼 있는 점도 개선돼야한다. 사실상 알선직종의 제한은 없는데도 사설직업소개소는 가정부, 유흥음식점 종업원 등 서비스업종이 주류를 이루고 공공기관에서도 미숙련 기능근로자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홍보가 안돼 이런 기관이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도 많아 이용률은 더 떨어지는 실정이다.
직업알선기관을 외면하는 기업에도 문제는 있다. 노동시장의 활성화는 바로 기업이 얼마나 필요성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활용을 하는가에 달려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선 아직 연고채용의 관행이 뿌리깊다.
최근에는 공개채용도 늦었지만, 공개채용은 훈련안 된 인력을 찾기에는 좋은 방법이나 전문인력을 구할 때는 효과적이지 못하다.
직업안정업무의 정착을 위해 「실업보험」의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실업보험은 실시자체가 모든 근로자의 직업안정기관등록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현직자는 물론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보험을 타려면, 노동시장센터에 실업신고를 하게되고 따라서 모든 자료는 센터에 집중된다.
기업이 사람을 구하려면 노동시장센터의 중개로도 충분하다. 구미에서는 1910년대 무렵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고 일본만해도 47년 실업보험을 시작, 30년을 넘게 실시 중이다. 실업보험은 복지사회의 필수요건이기도 하지만 이에 앞서 고용안정정책의 정착화롤 위한 지름길이기도 한 것이다.

<장성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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