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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율 OECD국 중 최고 … 우리나라 금연 정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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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3월 말 현재 53.3%다.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졌지만 아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보건복지부는 담배로 인해 매년 4만 명이 숨지고, 10조원가량의 사회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복지부는 이에 따라 최근 몇 년 사이에 강력한 금연정책을 펴왔다. 2003년 4월부터 초.중.고교와 유치원, 어린이집, 병원 등의 건물 내 흡연을 금지했다. PC방, 만화방, 전자오락실, 영업장 면적이 45평을 넘는 식당은 절반 이상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건물 연면적이 900여 평 이상인 사무용 건물은 흡연구역에서만 담배를 피우도록 했다.

또 지난해 12월 말에는 담뱃값을 갑당 500원씩 인상했다. 복지부는 담뱃값을 인상한 덕분에 성인 남성 흡연율이 4~5%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2010년까지 성인 남성 흡연율을 30%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가급적 이른 시간 안에 담뱃값을 500원 더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내년부터 ▶담뱃갑에 폐암 부위 사진이나 잇몸이 썩은 사진 등 경고 그림을 싣고▶연면적 900평 미만의 작은 사무용 건물과 공장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며▶PC방을 전면 금연구역으로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성인 남자의 흡연율은 선진국보다 여전히 높다. 2001년 기준으로 한국 성인 남성의 흡연율(61.8%)은 캐나다.미국(20.2%)의 세 배, 프랑스(32%)나 독일(30.9%, 1999년 기준)의 두 배가량 된다.

최근 들어서는 성인과 남자 고교생의 흡연율은 줄고 있는 반면 여고생의 흡연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여고생의 흡연율은 1991년 2.4%였으나 지난해에는 7.5%로 높아졌다.

그러나 정부의 흡연율 억제 정책의 효과가 아직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2만~3만원의 범칙금을 물게 돼 있지만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PC방에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을 구분하고 칸막이를 설치하게 돼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청소년들이 간접흡연을 하거나 흡연 유혹을 받게 된다.

담뱃값을 추가 인상하는 것도 정부 내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 담뱃값 인상을 위한 법률 개정안이 물가를 자극한다는 등의 이유로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가격 인상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가장 효과적인 금연정책으로 권고하고 있다.

◆ 외국은 어떤가=WHO는 세계 성인 사망자의 10%, 400만 명이 담배 때문에 숨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강력한 금연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아일랜드, 영국,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술집.레스토랑 등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버스 정류장이나 운동장 등 실외 공공장소를 금연지역으로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호주는 모든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한다.

캐나다.브라질.싱가포르 등은 이미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싣고 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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