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불상 국내 최고 바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경남 합천 해인사의 법보전(法寶殿) 본존불인 비로자나불상이 국내 목조 불상 가운데 가장 오래된 9세기 말 신라시대 작품인 것으로 판명됐다.

해인사 측은 팔만대장경 전각인 법보전의 목조 비로자나불에 금칠을 새로 하기 위해 불상 밑을 개봉하는 과정에서 몸통 안쪽에서 제작연도를 알 수 있는 묵서(墨書)를 발견, 4일 공개했다. 묵서에 있는 '中和三年'은 서기 883년으로 신라 제49대 헌강왕 9년에 해당한다. 이로써 그동안 조선 초기로 알려졌던 이 불상의 제작연대가 훨씬 앞당겨지게 됐다. 해인사 측은 창건연도가 802년이어서 이 목조불은 창건 80여 년 뒤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가장 오래된 목조불은 1274년 만들어진 서울 개운사의 목조 아미타불좌상이며, 일부에서는 고려 충렬왕 6년(1280년)에 보수한 기록이 있는 충남 서산 개심사 아미타상이 더 오래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묵서 내용을 살펴본 진홍섭(문화재청 국보지정 분과위원) 박사는 "대각간(大角干.신라시대 최고벼슬)과 부인의 등신불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불상이 신라시대 작품인 것으로 판명되면서 일본의 국보로 지정돼 있는 목조 백제관음상이 한국 기술로 만들어진 것을 분명히 하는 의미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화여대 박물관 나선화 학예실장은 "일본 목조관음상이 한국에서 만든 뒤 건너갔는지, 백제 기술자가 건너가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목조불 발견으로 일본의 목불도 우리 기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합천=김상진 기자 <daedan@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