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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의 소곤소곤 연예가] 친오빠 '장가 보낸' 가수 채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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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달 13일 탤런트 김원희가 1500명 하객의 축하 속에 15년 사랑의 결실인 결혼식을 드디어 올렸다. 그런데 같은 날, 가수 채연도 결혼식을 올렸다고. 이건 또 무슨 소리?

"네, 결혼식 했어요. 너무 힘들어서 두 번은 못할 것 같아요. 제가 아니라 저의 친오빠 결혼식인데도 어찌나 신경쓸 것이 많던지…."

유난히 정 많기로 소문난 오누이, 채연은 두 살 위 오빠의 결혼식에 웨딩플래너를 자처했다. 이날 결혼식 사회는 채연과 절친한 개그맨 홍록기가, 축가는 요즘 연기에 물오른 가수 이정, 그리고 주례는 영원한 DJ 김기덕씨가 맡아 웬만한 연예인 결혼식 방불케 했다는데.

"그뿐인가요. 예식장 섭외, 웨딩촬영, 한복까지 다 골라줬다니까요. 여기에 진짜 하이라이트는 깜짝 이벤트 결혼식 축하 영상메시지였어요."

결혼식 한달 전부터 채연은 평소 친분이 있던 연예인 유재석.노홍철.이경규.신정환.조형기, 그리고 같은 날 결혼식을 올리는 김원희의 축하메시지를 미리 준비한 6mm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마지막 순서에 그녀의 인터뷰가 이어졌는데.

"하나뿐인 오빠 정말 행복하라고, 또 결혼했다고 하나밖에 없는 동생에게도 절대 소홀하지 말라고 했죠. 저도 촬영하면서 왠지 목이 메어왔는데 감동받은 오빠와 새언니도 모니터 보면서 어느새 눈시울이 촉촉이 젖더라고요."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주먹다짐하며 다투던 남매. 그런데 고등학교 진학 후 부모님 모두 일을 하시게 되자 채연의 오빠는 동생의 기상시간은 물론, 아침밥까지 엄마처럼 챙겨주었다. 그 후 남매가 아니라 자매 같은 오누이로 지낸 세월이 어느새 10년. "연예인 생활하는 동생 걱정에 하루에 한두 번씩 꼬박꼬박 안부 전화는 기본, 일이 늦어지면 항상 오빠가 데리러 왔어요. 그리고 제가 직접 운전하고 귀가하는 날엔 집 앞에서 주차서비스까지 해줬죠. 불과 며칠 전까지. 아~ 이젠 누가 해주려나."

그랬던 친오빠가 결혼한다니 발벗고 나설 수밖에. 예전 같으면 함께 TV를 보고 과일 먹으며 같이 수다 떨텐데 신혼여행 다녀 온 그녀의 오빠는 이제 새언니와 단둘이서 돌아가야 할 집이 생긴 것.

"오빠 내외가 현관에서 신발 신으며 인사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고요. '아 이제는 떨어져 살아야 하지' 그때 처음으로 오빠의 결혼이 실감났죠."

'천하난득자형제 이구자전야(天下難得者兄弟 易求者田也)-천하에 얻기 어려운 것은 형제요,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전답(재물)이다' 라고 했던가.

문득, 그녀가 진정한 부자로 느껴진다.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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