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감정의 매」도 문제지만 교권 흔드는 보복은 삼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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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교부는 금년을「교권확립의 해」로 정했다. 교권확립이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교사는 올바른 사도의 길을 걸어야하고, 학부모는 스승을 믿고, 자녀가 스승을 존경하며 따를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 줘야함은 새삼스레 들출 필요가 없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스승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된다』고 가르쳐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교단에서조차 교권이 마구 짓밟히는 한심한 풍조가 마구 자행되고있다.
사도에도 문제가 있지만 스승에 대한 학부모의 존경심결핍에 더 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군사부일체」라고 했듯이 자식에 대한 어버이의 사랑이나 제자에 대한 스승의 사랑이 다를바 없다.
부모가 가정에서 자녀들을 타이르며 가하는 매질이나, 교사가 학교에서 제자를 바른길로 인도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가하는 매질도 「사랑의 매」이긴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스승의 제자에 대한 이「사랑의 매」가 곧 학부모의 교사에 대한「감정의 매」 로 돌변해 교육이 멍들기 일쑤다.
얼마전엔 술에 취해 교실에서 소란을 피우던 제자에게 가벼운 체벌을 가한 중학교사가 학부모의 고발위협을 받던 끝에 1백여만원을 갈취당하더니, 이번에는 말썽꾸러기에게 사랑의매를 든 한 국민학교 여교사가 수많은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학부모로부터 심한 욕설과 함께 폭행을 당했다.
학부모의 교사폭행 사례는 그뿐만이 아니다. 언젠가는 부산B국민학교의 어느 학부모가 아들에게 매질을 했다고 담임선생을 구타한 예도 있었고, 경남밀양군내 X국민학교의 몇몇학부모들은 『양반출신이 아니다』는 이유로 두교사에게 자진 사퇴를 강요하며 집단폭행을 한일도 있었다.
물론 이같은 불상사는 극히 일부 학부모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 그렇지만 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 크다.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라고했다. 학부모가 스승에 대한 존경심은 커녕 교사의 약점을 이용해 돈을 뜯고, 교사를 매도하거나 구타할때 이를 지켜본 어린이둘은 과연 무엇을 느끼며,어떤것을 배울까.
지난해 가을 경남거창에선 교실에서 돈을 훔치다 담임선생에게 들켜 꾸중을 들은 한 여중생은 담임선생을 몰아내기 위해『방위성금을 유용했다』는 모함투서도 서슴지 않았다.
며칠전 서울에서는 급우들이 보는 앞에서 교사가 모욕을 줬다고 앙심을 품은 한 고교생이 그 교사의 등에 흉기를 들이대고 찌르기까지 했다.
교사의 권위는 교육의 전제조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교사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도 있어야겠지만 스승을 존경하는 사회풍토가 조성되지 않으면 안된다.
교사도 신이 아닌 이상 잘못이 있을수 있다. 제자에게 가한 매가 「사랑의 매」아닌 「감정의 매」일 경우도 전혀 없다고는 할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학부모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교사를 매도하고 폭행까지 서슴지 않는다면 교사는 설땅이 없고 교육은 제자리를 잃고 말것이다.
교육의 장래를 위해 교사도 학부모도 다같이 깊이 반성하고 이같은 한심한 풍조를 하루속히 몰아 내야하겠다.
아무리 세상이 시시각각으로 급변하고, 기존가치관이 무너졌다 하더라도 「스승에 대한 존경심」만은 2세교육을 위한 마지막 보루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것같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않는다』는 옛어른들의 가르침을 다시한번 되새겨 봐야겠다. <오만서두회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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