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돌아온 '칼잡이' 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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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존 맥(60.사진)이 와신상담 끝에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최고경영자(CEO)로 돌아왔다. 그는 2001년 눈물을 머금고 거의 30년간 정들었던 회사를 떠나야 했다. 권력싸움에서 필립 퍼셀에게 졌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경쟁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모건스탠리 사장이었던 맥은 회사의 덩치를 키우기 위해 시카고에 본점을 두고 있던 증권사 딘 위터와 합병을 결정했다. 그러나 합병 후 조직을 장악한 것은 딘 위터 CEO였던 퍼셀이었다. 결국 퍼셀이 2001년 합병회사의 단독 CEO에 오르면서 맥은 짐을 싸야 했다.

맥의 별명은 '칼잡이(the Knife)'다. 구조조정이나 부하직원 훈련에 인정사정없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를 그만두면서 바로 스위스계 투자은행인 CSFB를 이끌게 된 것도 이런 명성 덕이었다. 그는 여기서도 특유의 장기를 발휘했다. 수익성이 떨어지고 이미지가 악화하고 있던 CSFB의 위상을 바로잡은 것이다. 그러나 그의 독선적인 경영스타일은 CSFB의 2인자였던 브래디 듀건의 도전을 받게 됐다. 2004년 2월 맥은 듀건을 런던으로 쫓아버리는 강수를 뒀지만 넉 달 뒤 그 자신이 물러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야인이 된 맥에게 친정의 분란은 기회였다. 퍼셀의 독주에 반감을 품고 있던 과거 모건스탠리 측 인맥들은 올 봄 합세해 퍼셀의 퇴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퍼셀 재임 중 모건스탠리는 골드먼삭스 등 경쟁사에 크게 밀렸고 주가는 하락을 거듭했다. 결국 지난달 퍼셀이 사임을 발표했고, 맥이 그 자리에 도로 앉게 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월가의 권력투쟁은 흔한 일이지만 쫓겨난 CEO가 현직 CEO를 물리친 드문 케이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레바논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난 맥은 듀크대 졸업 후 투신한 증권업계에서 채권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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