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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기준, 꼭 65세여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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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연
이규연 기자 중앙일보 탐사기획국장
이규연
논설위원

“한국은 지금 성장동력을 잃어가는 인구열차를 타고 초고령사회로 질주 중입니다.”

 김한곤 인구학회 회장은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최근 민간미래전략위원회와 과학기술정책연구원·조세재정연구원이 주최한 ‘저출산 고령사회 정책이슈 발굴’ 토론회에서다. 15년 후 총인구 성장은 멈추고 노인이 전체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다른 발제자는 “30년 뒤 국민연금 수지가 첫 적자를 기록하고 사회보장지출 비율도 복지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가 재정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기에 국민대통합위원회도 ‘저출산·고령화 시대 대응’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율은 2016년 정점(73%)을 찍고 2060년 49%로 줄어든다는 예측치가 제시됐다. 이대로라면 생산가능인구 10명이 노인 8명, 어린이 2명을 먹여 살리는 암울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린다. 이런 토론회가 자주 열리는 이유는 한국인이 저출산의 미래상을 ‘디스토피아’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30년 전만 해도 우리는 인구폭발을 걱정했다. 남한이라는 시루에 ‘콩나물 인간’이 빼곡히 들어찬 포스터가 전국에 나붙었다. 인구가 너무 많아 환경이 오염되고 교통지옥이 벌어지며 성장이 둔화된다는 주장에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그 논리는 지금 어디로 사라졌나.

 사실 총인구 감소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30년 전의 논리처럼 인구 감소는 축복일 수 있다. 인구 문제가 공포로 다가오는 이유는 총인구 감소보다 인구구조 왜곡에 있다. 아이는 적어지고 노인이 많아지다 보니 인구피라미드가 위태롭게 보인다. 해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아이를 많이 낳으면 된다. 지난 8년간 출산장려정책으로 수십조원을 썼지만 출산율은 전혀 오르지 않았다. 출산율을 올릴 수 없다면 노인비율을 줄이는 방식은 어떨까. 말장난 같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국내 노인의 기준은 ‘65세 이상’이다. 10여 개의 법률에 그렇게 정해져 있다. 그 기준은 1889년 독일에서 나왔다. ‘철의 재상’ 비스마르크는 사회주의 세력이 노동자에게 파고들자 사상 최초로 사회보험제도를 도입하면서 노령연금을 받는 나이를 65세로 정했다. 당시 독일의 평균수명은 49세였다. 당연히 그 정도의 나이가 되면 연금을 받아 생활해도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회복지제도가 일본을 거쳐 우리에게 들어오면서 노인은 65세 이상이 됐다. 우리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일본은 2008년 고령자 의료 확보에 관한 법률을 바꿔 수급연령을 70세에서 75세로 올렸다.

 무작정 나이기준만 올리자는 얘기는 아니다. 목표를 잡아놓고 노동·복지·교육 환경을 이에 맞게 바꿔나가자는 의미다. 출산장려금을 뿌리는 방식보다는 현실적이다. 물론 속도·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고령 일자리를 개발해두지 않은 상태에서 70세, 75세로 확 올릴 수는 없다. 기간을 두고 조금씩 70세까지 올린 뒤 이후에는 기대수명 상승폭과 연계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만하다. 건강이 좋지 않거나 근로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예외를 인정해 주면 된다. 건강한 노년층이 복지 혜택과 연금에 의지하지 않고 더 오래 일할 수 있다면 미래세대와 국가재정의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최근 45년 새 20년 늘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82세다. 이를 반영하듯 65세 이상 한국 노인의 84%는 “70세 이상이 노인”이라고 답했다(2011년 보건사회연구원 조사). 이대로 두면 25년 뒤 노인인구 비율은 32%가 된다. 65세 이상으로 잡았을 때다. 75세 이상으로 정한다면 16%에 불과하다. 인구피라미드가 지금처럼 건강하게 유지된다. 75세 이상이 과격하다면 70세 이상 정도는 인구 분야의 국가미래전략으로 채택해볼 만하다.

이규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