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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들 "노조 세워 권리 찾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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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 1일 전경련회관에서 한국방송연기자노조 가수지부 창립식이 열렸다.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박상민·남진·정훈희·김무스·김수희·박상규(왼쪽부터)씨가 케이크에 촛불을 밝히고 있다. 강정현 기자

한 인기 드라마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가수 A씨는 각종 CF 섭외 대상 1순위로 꼽히는 인기 연예인이다. 그런 그가 가수 자격으로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몸값에 비해 터무니없이 싼 출연료를 받는다. 30만원이 채 안 되는 출연료가 그룹의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방송사에서 낮은 대우를 받고 있는 가수들이 권리 찾기에 나섰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가수지부 창립식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렸다. 남진.최진희.김수희.정훈희.박상규.박상민.김태영(소방차)씨 등의 가수와 문화관광위 소속 국회의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노조에는 약 200명이 가입했다. 탤런트.성우.희극인.무술연기자는 1988년 노조 지부를 설립했지만 가수는 그동안 빠져 있었다.

이동기 가수지부 설립 추진위원장은 "가수가 방송 매체에 이익을 줬음에도 출연료는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며 "노조 설립을 통해 점진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권리를 찾겠다"고 말했다.

C기획사 관계자는 "코디.연주자.댄서의 일당부터 의상비.밥값까지 가수 측이 부담하므로 한 번 출연할 때 100만~300만원은 든다. 컴백 무대라는 이유로 특별한 무대장치를 하게 될 경우 그 비용도 가수가 부담한다"고 말했다. 고참 가수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29년 경력의 가수 김창완씨도 최근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하고 30만원가량의 출연료를 받았다. 연주자 비용 등으로 그가 지출한 비용은 100만원선.

반면 탤런트의 경우 등급에 따라 출연료가 올라간다. 교통비.야근수당.숙식비도 지급된다. 촬영분이 회상 장면으로 사용되면 출연료의 50%를 추가로 받는다.

한 방송사 예능국 관계자는 "가수는 음반.콘서트.행사 등의 수익이 있고, 방송이 음반을 홍보해 주는 통로이므로 지금껏 출연료가 박했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출연료를 과다하게 인상해 제작비 압박을 받으면 시청률이 낮은 음악 프로그램이 폐지될 가능성도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방송 3사의 음악 프로 시청률은 KBS 가요무대를 제외하곤 대개 한 자릿수에 머문다. 그러나 음반시장 불황이 심해 연기.CF를 겸하는 A급 가수를 제외하고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F기획사 관계자는 "대학교 축제 등 각종 행사에도 점점 방송사가 개입하는 경우가 많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방송 출연료 정도를 받고 서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nag.co.kr>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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