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식신부의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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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기식신부등 5명의 가톨릭관계자가 구속됨으로써 세인의 논란과 관심을 일으켰던 한 사건은 일단 마무리되었다.
그것은 부산미국문화원 방화사건과는 직접 관련된바 없으나, 그 사건에 연루된 점에서 적쟎은 물의를 빚었었다.
특히 최기식신부가 가톨릭의 사제이며 나머지 4명도 가톨릭원주교구와 관련된 인물들이기 때문에 종교단체인 가톨릭과 이들의 행동사이에 어떤 필연적인 연관관계가 있는것이 아닌가하는 점이 주목되기도 했다.
그것은 일면 당연한 관심이다. 하나의 소속단체원은 흔히 그 소속단체와의 관계에서 보아진다는 것이 사회적 통념이다.
그러나 한 단체의 크기가 커지면 그 소속원과의 연관관계도 소원할수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있다.
가톨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세계가톨릭은 지금 6억5천만명의 규모이고 그중 한국가톨릭은 1백44만명이다.
그러니까 가톨릭신도 몇사람의 행동을 한국가톨릭이나 세계가톨릭과 연관지어 생각하는데는 무리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기식신부에 대한 관심도 꼭 가톨릭교회와의 연관속에서 생각할것이 아니라 자연인 최기식신부 개인에 한정해 보는것이 더 타당하다.
그러니까 이 사건은 한국가톨릭이나 세계가톨릭과의 연관 위에서 볼 사건이 아니라 자연인 최기식씨의 실정법저촉여부에 대한 형사사건으로 보는것이 상식이다.
물론 자연인 최기식씨는 가톨릭신부이며 성직수행과정에서 실정법에 저촉되는 사건에 연루되었기 때문에 가톨릭교회로서는 이에 관심과 아픔을 느끼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가톨릭은 「보편」교회로서, 국가와 인종을 초월해서 예수를 통해 하나님안에 뭉친 인간의 사회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그 신학적 바탕이 단일한 젓만은 아니다.
거기엔 보수파도 있고 급진파도 있다. 미국최대의 가톨릭해외선교단체인 메리놀선교회는 진보적인 색채를 띠고 있으며 남미여러나라에선 정치활동에 깊게 개입한 경우도 있어 교회안팎의 비판을 듣고있다.
그런만큼 종교를 모르고 가톨릭을 깊게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국민이 이사건과 관련해서 가톨릭교회 전체를 의심하고 비판하는것도 온당한 일은 못된다.
그러나 지금 시급한것은 가톨릭교회가 그런 필요없는 오해를 불식하는데 관심을 갖고 대처해야겠다는 것이다.
그건 과거 한국전쟁때 공산주의자의 가장 혹독한 탄압을 받았던 한국 가톨릭교회가 극좌·친북괴노선에대해 과거 지속해왔던 확고한 반대입장을 되풀이 밝혀야겠다는 것이다.
또 행여 그들 불순세력에 이용될 여지를 남기지 않도록 주위를 살펴야겠다는 것이다.
사회구원과 고통의 분담이라는 교리와 명분때문에 자칫 무비판적으로 또 순진하게 불순세력에 이용당하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것이다.
최신부의 경우도 교리에 입각한 또는 사제적 입장에 충실한 행동일지라도, 잘못 악이용되고 역용된 소지가 없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이점에서 가톨릭교회도 한번 진지하게 숙고하고 넘어가야할 것이다.
최신부의 구속으로 사건은 이제 공정한 재판과 법의 적용단계로 넘어가게 되었다.
때문에 지금은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경악과 논란은 불필요하게 되었다. 범죄의 방식과 가톨릭신부의 관련자체는 물론 충격적인 것이었으나 그로인한 흥분과 개인적인 논란들은 이로써 그쳐야 마땅할 것이다.
국민적 화합과 정의사회구현을 지향한 우리사회와 도정에서 맞은 진통과 시련으로서 이 사건이 무리없이 매듭지어지기만을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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