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서동만 실장 임명 파장] 정국 급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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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서동만 교수를 국정원 기조실장에 임명함에 따라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까지 늦춘 채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대여투쟁을 결의했다. 의총장에선 "국회에 대한 대통령의 선전포고다"라는 강경발언이 쏟아졌다.

이규택(李揆澤)총무는 "청와대와 국회 간 충돌 가능성을 그렇게 경고했는데도 盧대통령이 徐씨를 임명한 것은 국회와 야당에 대한 폭거"라며 "오기와 독선의 정치"라고 비난했다.

심재철(沈在哲)의원은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한 내용이 대통령에 의해 무시되고 묵살된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홍준표(洪準杓)의원은 "국정원 요직을 좌파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차지하면 우방과의 정보 교류가 차단된다"며 "편향된 이념을 가진 분들이 요직을 차지한 국정원이 본래 기능을 행사하지 못할 바엔 국정원을 해체하는 게 낫다"고 말한 뒤 국정원 폐지 및 해외정보처로의 축소법안 제출을 제안했다.

洪의원은 "이번에 유임된 김보현 3차장은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함께 대북 송금을 주도한 사람으로 앞으로 구속될 사람"이라고도 했다.

한나라당은 소속의원 일동의 이름으로 "盧대통령이 국회의 뜻을 무시한 것은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나라종금 게이트 등으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자 국민의 비판을 비켜가기 위한 술수가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국정원장 임명 철회▶대통령의 사과▶입법부 권능을 지키기 위한 민주당의 동참 등 3개항도 청와대와 민주당에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국정원장 사퇴권고 결의안 제출.국정원 폐지법안 제출.국정원에 대한 예산통제.인사청문회법 개정 등 원내 1당이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李총무는 "원내 투쟁과 함께 장외 규탄집회 등을 여는 방안도 2~3일 내에 결정하겠다"고 했다. 대치정국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국정원 인사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국회 정보위 소속 함승희(咸承熙)의원은 "盧대통령이 그렇게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국정원을 개혁할 수 있을텐데 위험을 감수하고 이러는 이유가 뭔지 알 수 없다"며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해야지, 감정으로 정치를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승희 기자 <pmaster@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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