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라운지] 인큐베이터에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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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매일 아침 6~7시쯤 종합병원급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선 진풍경이 연출된다. 정장을 한 남자들이 작은 냉동백을 들고 앞을 다투어 이곳을 찾는 것이다. 이들은 인큐베이터(보육기)에 누워 있는 미숙아의 아빠들. 미숙아의 엄마들이 집에서 짜내 얼린 젖을 배달하고 직장으로 향한다.

국내에서 가장 가벼운 몸무게로 생존한 신생아는 몇 g일까. 지난해 1월 삼성서울병원에서 태어난 439g짜리다. 임신주 수 26주4일로 칠삭둥이도 채 안 된다. 이른바 초극소 미숙아다.

일반적으로 미숙아 즉 극소 저체중아는 1500g 미만을 일컫는다. 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장 작지만 가장 비싼 병상을 이용한다. 겉으로 보기엔 플라스틱 통에 불과하지만 가격은 웬만한 차 한 대 값이다. 첨단장치가 부착된 수입품은 2500만원에 이른다.

이곳에서 촛불 같은 생명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선과 기계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한다. 각종 선과 모니터는 심장박동, 호흡, 체온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알리고, 작은 문제라도 나타나면 경보음을 울린다.

첫날 제공되는 '식사량'은 1㏄. 인큐베이터는 미숙아에겐 제2의 자궁이다. 산소공급을 제외하곤 온.습도가 완벽하게 유지된다. 내부 온도는 보육기 내부 어느 위치에서나 같다. 체온을 조절하지 못하는 미숙아의 피부 온도를 센서가 감지해 자동으로 온도를 조절한다.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선 24시간 의료진과 아기 부모의 눈물과 환희, 안타까움이 교차한다. 태어나서 며칠 내에 죽음을 맞는 아기도 있지만 대부분 정상아로 자라 엄마 품에 안긴다.

100일째를 맞는 아기에겐 병원 측이 백일잔치도 마련해 준다. 삼성제일병원의 경우 지난 2년간 태어난 극소 저체중아 중 92%가 생존했다. 지금 이 순간,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곳을 꼭 한번 방문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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