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빈국 한국 년10억불어치 수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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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7회째 식목일. 그동안 심어온 나무는 무려 1백억그루를 넘는다. 엄청난 숫자다.
그런데도 잡목으로 덮인 산은 여전하고 연간 10억달러를 나무수입하는데 쓰고 있다. 세계 제6위의 나무 수입국이요, 매년 농산물 사다먹는 것만큼의 막대한 외화를 나무 사오는데 지출하고있는 셈이다. 나무의 경제를 따져보자.
얼마나 필요하고 얼마나 모자라는 것인가. 금년같은 경우 모두 8백30만입방m의 나무가 필요한데 국산나무를 베는것은 15%인 1백26만입방m에 불과하고 나머지 85%는 역시 수입에 의존할 작정이다. 그나마 불황이라 그렇지 경기가 좋았을때는 나무수요가 늘어나 국산자급도는 10%선을 맴돌았었다.
수출용 원자재를 빼고 순수한 내수용(5백40만입방m)만을 따져도 70∼80%수준을 수입원목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땅에 심어져있는 모든 나무를 부피로 환산하면 l억4천5백만입방m. 이들 나무들을 최선을 다해 잘 가꾼다해도 나무 자급도를 50%선으로 끌어올리려면 앞으로도 50년은 더 걸린다는것이 관계당국의 분석이다.
보통나무의 생장율은 연간3.8% 안팎이다. 돈으로 치면 그정도의 금리로 이자수입을 올린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이자수입에 해당하는 나무를 해마다 베어낼 경우 약5백만입방m로 내수용원목은 거의 충당할수 있는 양이다. 그러나 이같은 이자수입을 필요하다고해서 당장 써버린다면 원금은 백날가도 불어날수 없다. 자라나는 것보다 덜 베어내야 원금이 늘어나게 되고 이것이 곧 재투자요 확대재생산인 것이다.
그동안 1백억그루를 심었다고 하지만 우리의 나무경제는 아직도 구멍가게다. ha당 서독의 나무축적량은 1백50입방m(80년기준)이고, 이웃 일본은 84입방m였는데 우리나라는 불과 22입방m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우선 당장은 수입을해와 쓰는 한이 있더라도 국내 삼림자원을 덜베고 키워나가는 도리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젠 수입마저 상당한 애로에 봉착하고 있으니 문제다. 값이 큰폭으로 뛰어오른 것은 둘째치고 수입물량을 확보하는 것부터 어려워져가고 있다.
두차례의 오열쇼크가 몰고 온 이른바 자원내셔널리즘이 원목에까지 파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70년대초반까지 한국에 가장 많은 원목을 수출해온 필리핀은 제1차 오일쇼크를 계기로 인도네시아에 바통을 넘겨줬고 이젠 바통이 말레이지아나 파푸아뉴기니등으로 넘어가고 있다.
78년에만해도 우리나라 전체 원목수입량 9백만입방m중에서 5백만입방m를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했던것이 80년에는 1천만입방m중에서 4백만입방m를, 81년에는 5백60만입방m중에서 불과 50만입방m만이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했다.
원목수입량이 전반적으로 줄어든것은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것이지만 인도네시아로 부터의 수입량이 이처럼 급격히 줄어든 것은 다름아닌 자원 내셔널리즘의 전형적인 결과다. 외국인 기업의 벌채를 일체 금지하는대신 공장을 현지에 세워 가공제품을 사가도록 하더니 이젠 공장마저 자기네들 손으로 하겠다는 배짱들이다.
결국 최근들어서는 원목수입의 60%이상을 말레이지아에 의존하고 있는 처지가 되었으나 말레이지아 역시 언제 또 돌아설는지 모를 일이다.
세계 제1의 나무수출국 캐나다는 79년의 경우 펄프수출을 불과 1.4%밖에 늘리지 않았고 스웨덴이나 노르웨이는 각각 10%, 0.9%씩 오히려 생산량을 줄여버렸다.
가격의 폭등현상은 오일쇼크와 때를 같이 했다. 국제원목시세는 77년이후 두번째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갑절수준으로 올라버렸고 각국이 경쟁적으로 나무를 덜베려하는바람에 세계적인 물동량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과정에서 결정적으로 녹아난것이 수입원목을 가공수출해오던 국내 목재업자들이었다. 원목값은 폭등하는데 경기침체로 합판등이 팔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면 나무의 수요는 급격히 늘어날 것이 뻔하다. 건축용자재뿐만 아니라 종이소비량등에도 바로 영향을 받기때문이다.
나무부족에 허덕이는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세계최대의 원목수입국인 일본은 연간 43억달러어치를 수입해, 한국의 4배에달한다.
이처럼 원목수입에 가장 돈을많이 쓰는 나라이기도 하지만 쓰다버린 고지를 다시 거둬 새로쓰는 나무절약태도도 일본이 1등이다.
우리나라의 고지회수률은 38.1%(80년기준)이었는데 반해 일본은 43.4%로 세계최고다. 전국적인 조직을 가진 고지수집센터까지 있어 헌종이를 새종이로 재생해서 나무수입을 절약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70년대이후 석유·곡물다음으로 이어지고 있는 자원전쟁의 대상물은 나무다. 나무의 경제성이 단순한 원자재로가 아닌 에너지의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석유·석탄등과는 달리 인간의 노력에 의해 나무라는 에너지는 유일하게 무한적일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다캐내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밑천안드는 태양과 공기·물만 있으면 얼마든지 영원히 보존,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나무자원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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