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공격뿐…守城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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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수성(守城)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오직 공격뿐입니다."

1일로 하이트 출시 10년을 맞는 하이트맥주 김명규(54.사진)전무. 하이트 출시 당시 마케팅담당 이사로 '맥주전쟁'의 야전사령관 격이었던 그는 "10년 전과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가짐이 그렇다는 얘기지 하이트맥주의 위상은 당시와는 전혀 딴판이다. 만년 업계 2위이던 하이트맥주(옛 조선맥주)가 지금은 시장점유율이 57%를 넘는 맥주업계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판매 1억상자.순익 1천억원을 돌파했다. 10년간 판 양이 4월말까지 1백16억병이다.

하이트가 OB를 역전한 것은 '마케팅의 승리'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그 주역이었던 김전무의 마케팅 지론은 '공격적이되 진솔한 접근'이다.

'1백50m 천연 암반수'라는 하이트의 광고문구도 '진솔하자'는 그의 지론이 반영된 것이었다. 하이트의 지하수 시추공은 가장 얕은 것이 1백53m, 가장 깊은 것은 3백m였다. 회사 내에선 이왕이면 3백m로 하자는 말이 나왔다.

그는 그때 "1백50m도 충분하다. 진솔하게 가자"며 임직원들을 설득했다. 그 뒤 과장광고 논란에 휘말리면서 당국이 시추공의 길이까지 확인했지만 문제없이 넘어갔다 이 일은 하이트의 신뢰성을 높이는 '결정적'계기가 됐다.

최근 경쟁사인 OB가 신제품을 내놓고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또 한차례의 '맥주전쟁'이 시작될 조짐이다.

김전무는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결국 소비자의 판단근거는 제품의 품질"이라면서 "청정지역에서 비열처리 기술로 만든다는 하이트의 장점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하이트의 맛도 지난 10년간 알게 모르게 변해온 것이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쓴맛을 줄이고 부드럽게 목을 넘어가도록 하는 방향으로 변해왔다고 한다.

그는 "날로 늘어나는 수입맥주에 대응하고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최근에는 '감성 마케팅'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는 최근 출시 10주년을 맞아 전국 10개 농촌마을에 총 5억원의 지원금을 주는 '고향의 꿈 대잔치'를 벌이고 있다. 올해는 조선맥주 시절부터 따지면 창립 70주년이 되는 해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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