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스타파워'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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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우석 감독

▶ 영화배우 최민식(左)·송강호씨가 최근 영화계 갈등과 관련해 자신들의 실추된 명예회복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

"관객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우리에 대한 명예훼손을 언론을 통해 공식 사과하라."(영화배우 최민식.송강호씨)

"본의 아니게 두 배우의 실명이 보도돼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진심으로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한다."(영화감독 강우석씨)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톱스타 최민식(43).송강호(38)씨와 '충무로의 파워맨'으로 불리는 강우석 감독이 29일 명예훼손 문제를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취화선''올드보이'의 최씨, '살인의 추억''남극일기'의 송씨, '실미도''공공의 적'을 연출하고 국내 유수의 투자.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를 이끌고 있는 강 감독이 충돌한 것이다.

두 배우는 이날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3일 강 감독이 일간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들의 실명을 대면서 최근 급등한 배우 출연료나 일부 연예기획사의 부당행위를 부추긴 '수괴'인 양 거론했고, 또한 이 사실이 조선일보를 통해 보도되면서 자신들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강 감독이 조속한 시일 안에 공식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법적 대응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강 감독이 "최씨가 영화 '선생 김봉두' 때 개런티는 물론 제작사 수익지분을 추가로 요구해 배우를 교체했고, 송씨는 배우에게 제작지분을 안 준다는 걸 잘 알고 있어 나를 안 만나려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었다.

최씨는 "보도를 접하는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최근 술자리에서 만난 한 대학생이 '최민식씨, 너무 돈 많이 밝히지 마세요'라고 말해 충격을 받았다"며 "강 감독은 우리가 돈만 밝히는 무책임한 배우로 전락시킨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씨도 "배우들의 출연료도 정당한 경제행위"라며 "최근 4년간 시네마서비스로부터 작품 섭외가 들어온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최씨의 소속사인 브라보 엔터테인먼트의 박재형 대표도 "영화 '선생 김봉두'의 아이템 회의부터 참여해 수익의 4%를 받기로 제작사와 합의했으나, 나중에 제작사 측에서 지분을 줄 수 없다고 연락해와 계약이 결렬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 감독은 이날 밤 10시 각 언론사에 두 배우에게 보낸 공개 사과문에서 "한국 영화계를 살리자는 본래의 취지가 마치 개인 간의 감정적 다툼으로 폄하돼 비치고, 처음의 의도된 본질이 왜곡된 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영화제작사협회(이사장 김형준)가 28일 스타 출연을 조건으로 한 과도한 수익배분 요구 등 일부 매니지먼트사의 '횡포'를 거부하는 결의를 한 직후에 발생했다. 1990년대 이후 충무로가 급속히 성장했으나 배우들의 과다한 출연료, 최고 50%까지 수익배분을 요구하는 매니지먼트사 때문에 영화계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는 내용이었다.

두 배우는 "영화계 침체의 원인을 배우들에게만 돌리는 것은 난센스"라며 "우리는 지금까지 어떤 영화사에도 정도를 넘어선 출연료나 추가 수입을 요구한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박재형 대표는 이날 밤 "강 감독의 공개 서한을 아직 받지 않아 명확한 입장 정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작가협회 김형준 이사장은 "강 감독의 사과는 영화계 전체를 위해 고무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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