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형 본고사' 사실상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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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학년도 대학 입시를 치르는 현재 고1 학생들은 논술.구술면접 준비에 집중해야 상위권 대학 진학에 유리할 전망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수시모집 비중이 현재보다 크게 확대됨에 따라 수시모집 지원자의 경우 내신성적 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경희대.서강대.연세대.이화여대.한국외국어대.한양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이 2008학년도 대입 전형계획을 29일 발표했다.

지역 균형선발 전형을 확대 또는 신설하고, 전형 유형과 방법을 다양화하면서 논술이나 면접의 비중을 크게 강화하겠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그러나 내신 비중 강화에 대해선 대학들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정시모집에서의 내신 비중이 2008학년도 새 대입제도를 마련한 정부의 의도만큼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논술 비중 강화=연세대는 수능 성적은 최저 학력기준으로만 활용하고, 지원자의 창의력.사고력.지적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심층 논술고사를 도입하기로 했다.

서강대는 정시 모집에서 학생부 성적이 낮은 경우에도 수능 및 자체 고사(논술)에 자신이 있는 수험생들에게 지원할 기회를 늘려주고, 이를 위해 기존의 일반적 논술고사와는 다른 형태의 통합 교과형 논술고사를 새로 개발하기로 했다.

성균관대는 정시 일반전형에서 학생부와 수능 이외에 통합 교과형 논술고사를 치러 선발하기로 했다.

한국외대의 경우 정시 일반전형에서 수능성적은 등급별 환산 성적을 반영하고 논술고사의 비중을 강화해 변별력을 높이는 한편 학생부 성적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대학들의 논술 강화 방침에 대해 일부 교원.학부모.시민단체는 "사실상 본고사 부활이다" "특목고 등에 유리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 내신 비중 강화는 유보=대부분 대학이 학생부 성적을 중시하겠다는 원칙만 밝힐 뿐 비중 강화에 대해서는 유보적이었다.

연세대는 수시와 정시 모집에서 학생부 성적을 반영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밝혔다. 이화여대는 정시 모집에서 수능 영역별 등급을 활용한 점수와 현행보다 다양화된 통합 교과형 논술고사를 기본으로 하되, 학생부를 보완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양대는 수시 1학기 모집에서 학생부 위주로 평가하고 논술 및 심층면접을 보완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 수시 모집 확대=이화여대는 수시 모집에서 60~70%, 정시 모집에서 30~40%를 뽑는다. 서강대는 수시 1학기에서 전체 모집인원의 10%를, 수시 2학기에서 60%를 각각 선발하고 정시 모집에서는 30%만 선발하기로 했다.

수시와 정시 모집에서 각각 30%와 70%를 뽑았던 한국외대는 이 비율을 50% 안팎으로 정할 예정이다. 성균관대의 모집 시기별 선발 비율은 정시 40~50%, 수시 50~60%(특별전형 포함)로 수시 선발 비율이 더 높아진다.

새 전형 유형도 많이 눈에 띈다. 연세대는 '사회기여자 및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과 '교과성적 우수자 전형'(학생부 80%+면접 등 20%)을 신설, 내신성적이 좋은 일반고와 지방고 출신을 우대할 예정이다.

서강대는 수시 2학기에 앨버트로스 국제화 전형(모집인원의 5%)을 신설하고, 외국어능력 인증시험의 고득점자 및 특목고 동일계 지원자에게 지원자격을 부여한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실장은 "2008학년도 대입의 특징은 논술 강화로 요약되지만 서울대 등 일부 상위권 대학을 제외하면 수능 등급도 점수화할 예정인 만큼 수능 대비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용근 종로학원 평가실장은 "내신 실질반영비율은 지금의 5~10%에서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게 사실이지만 이번 대학별 요강 발표에서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내신 실질반영비율이 어떠냐에 따라 수험생의 대학 선택이 좌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중.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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