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 들쭉날쭉 … "바닥 다지는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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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일제히 어둡게 나왔던 경기 지표가 이달에는 다시 호전됐다. 적자로 돌아섰던 경상수지도 한 달 만에 다시 흑자로 재반전했다.

그러나 경기 회복 속도는 여전히 예상보다 더디다. 더욱이 이번에 발표된 5월 경기 지표에는 6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오른 국제 유가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경기 지표가 일시적으로 호전됐다고 경기 회복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5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산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3% 늘어 4월보다 호전됐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5월 중 국제수지 동향'에 따르면 경상수지도 14억2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한편 금융연구원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6%에서 4.3%로 낮췄다.

◆ 들쭉날쭉 지표=5월 도소매 판매는 3.8% 증가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내수용 소비재 출하는 2.4% 늘어 13개월 만에 플러스로 반전했다. 그러나 4월에는 도소매 판매와 내수용 소비재 출하가 모두 전달보다 부진했다.

설비 투자는 더 심하다. 4월 마이너스로 떨어졌던 증가율이 5월에는 7.7%로 반전했다. 원화 값이 오르자 반도체 장비 수입 등이 갑자기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설비 투자의 선행지표로 쓰이는 국내 기계 수주는 -14.7%로 넉 달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했다. 겉으로 드러난 설비 투자 증가율만 보고 기업의 투자 심리가 회복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경상수지 역시 적자와 흑자가 엇갈렸다. 4월에는 외국인의 주식 배당금 송금이 급증해 9억8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으나 지난달에는 배당금 지급이 줄어들고 무역수지 흑자가 불어나 다시 큰 폭의 흑자로 돌아섰다.

올 들어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건설 지표뿐이다. 5월 국내 건설 기성(실적)과 건설 수주는 각각 10.8%와 53.9% 늘었다. 특히 건설 수주는 지난해 3분기까지 마이너스 행진을 하다 4분기부터 2분기 연속 20%대 증가율을 기록해 올 하반기 건설 경기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통계청 김광섭 과장은 "5월 경기 지표엔 국제 유가 급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낙관하기 어렵다"며 "지표가 들쭉날쭉한 것은 경기가 여전히 바닥을 다지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하반기부터 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민간 연구소들은 4분기는 돼야 회복세가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 해외에선 '펑펑'=지난달 여행수지는 8억1870만 달러 적자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어린이날 황금 연휴와 지난해 윤달로 결혼이 올해로 대거 미뤄진 데 따른 영향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올 들어 5월 말까지 누적 여행수지 적자도 35억253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6% 늘었다. 본격적인 휴가철인 7, 8월에 이르면 적자 규모가 월 10억 달러가 넘어설 것으로 한은은 예상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 연구위원은 "원화 값이 올라 해외여행 수요는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다음달부터 주5일 근무제가 확대 실시되면 여행수지 적자가 급속도로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지출의 일부만이라도 국내로 끌어들이면 내수 부진을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얘기다.

◆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금융연구원은 경기 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데다 설비 투자도 부진한 점 등을 고려, 올해 성장률 전망을 0.3%포인트 낮췄다. 금융연구원은 이마저 하반기에 설비 투자가 10%대 증가로 회복되고, 국제 유가가 안정돼야 가능하다는 전제를 달았다. 설비 투자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고, 고유가 행진이 지속된다면 성장률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LG경제연구원도 지난 22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2%포인트 낮은 4.1%로 수정했다. 리먼브러더스의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롭 서 배러맨은 지난주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6%에서 3.5%로 낮춘 바 있다.

정경민.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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