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거장 2인, 치열한 앵글 '순간에서 영원으로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을 보여주는 1951년 작 "윈저공과 심슨 부인". 영국 국왕의 자리를 내던지게 한 "세기의 사랑"이 이 순간에 녹아있다. 위 사진은 노동의 존엄과 노동자의 아름다움을 담은 세바스티앙 살가도의 1989년 작 "안바드 지역의 석탄 광부들".

사진은 흐르는 시간을 멈춰 현재에 고착시킨다. 사진가는 찍는 대상에 살아온 체험과 생각을 담는다. 사진이 객관적 묘사이면서 주관적 아이디어가 되는 까닭이다. 그래서 사진은 사실과 추상 사이의 밀고 당기기로 팽팽해진다. 20세기가 손꼽는 두 명의 사진가 세바스티앙 살가도(61)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1908~2004)은 사진이 넘쳐나는 디지털 시대에 다시 한 번 '사진이란 무엇인가'를 되씹게 하는 긴장과 고집의 스타일리스트다.

세바스티앙 살가도는 경제학 박사였으나 경제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 시장의 현실을 사진으로 연구했다. 그는 조국 브라질의 금광에서 찍은 일꾼의 모습에 육체 노동의 존엄과 현대 문명에서 값어치를 잃어가는 노동자의 슬픔을 포개놓았다. 겨우 천 한 조각을 몸에 두르고 흙 구덩이에 개미떼처럼 달라붙어 일하는 수만 명의 군상은 그 자체로 장관이면서 동시에 살가도가 인간과 노동을 바라보는 생각을 표현한다.

7월 8일부터 9월 3일까지 서울 태평로 서울갤러리에서 열리는 살가도의 사진전 '절망에서 희망으로 에세이'전은 인간에서 시작해 인간으로 끝나는 살가도의 인류 보고서다. 그가 25년에 걸쳐 찍은 173점의 인류 기록이 '라틴 아메리카' '노동자' '이민.난민.망명자' '기아.의료'의 네 주제로 나뉘어 선보인다. 02-733-6331.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은 인간사를 '결정적 순간'으로 붙잡아낸 지독한 눈썰미로 유명하다. 그는 시간과 공간과 사진가의 눈이 하나가 된 통찰의 지점을 한 치도 놓치지 않았다. 사랑하는 여성을 위해 왕관을 버린 영국의 국왕 에드워드 8세가 부인을 바라보는 눈길을 잡은 '윈저공과 심슨 부인'은 카르티에-브레송의'결정적 순간'이 뭘 뜻하는지를 단박에 알아차리게 한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찰나의 거장'전은 '결정적 순간' '영원한 존재' '내면적 공감' '20세기의 증거' '인간애'의 다섯 분야로 가른 226점의 유작으로 카르티에-브레송과 그의 사진 정신을 추모한다. 7월 17일까지. 02-379-1268.

정재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