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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군기문란 절절히 반성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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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 29일 오전 서해교전 3주년 추모식이 열린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열린우리당 장영달 상임중앙위원, 민주당 김종인 부대표, 자민련 김학원 대표(오른쪽부터)가 추모사를 듣고 있다.[평택=연합]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오랜만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불만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우선 청와대의 '매너'를 나무랐다. 박 대표 측은 28일 오후 "29일 오찬에 초청한다"는 청와대 측의 연락을 받았다. 29일은 서해교전 3주기로 박 대표는 희생자 추모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박 대표 측은 "일정이 겹친다"며 불참의 뜻을 밝혔다. 29일 위령제를 마치고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의총에 나온 박 대표는 청와대 오찬과 윤광웅 국방부 장관 해임안 처리,'낙하산 인사' 논란 등 일련의 정치 상황과 관련해 노 대통령과 여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박 대표는 먼저 청와대 오찬을 거부한 이유를 설명했다. "어제(28일) 갑자기 연락이 왔다"며 "서해교전 3주기 추모식이 있고 국방장관 해임안이 제출된 마당에 엉뚱하게 군 개혁을 의논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 돼 불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번(14일)도 전날 갑자기 초청하더니, 한 번 정도는 몰라도 매번 이러는 것은 문제"라며 "정부나 대통령이 권위주의를 깼다고 자랑하면서 말과 행동이 다른데 이런 식이야말로 권위주의의 극치"라고 맹비난했다.

또 노 대통령이 전날 윤 국방장관 유임 의지를 담은 글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것과 관련해 "대통령의 생각이 국민과 이렇게 동떨어질 수 있느냐"며 "국민이나 야당은 윤 장관에 대해 총기 난사 책임이 아니라 잇따른 군기 문란에 대한 총체적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아무도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국방장관뿐 아니라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도 절절히 반성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대통령은 해임건의안이 남발됐다는데 17대 국회 들어선 한 번도 낸 적이 없고, 이 정부 들어 2년 반 동안 16대 국회 때 딱 한 번 냈다. 그게 남발이냐"고 쏘아붙였다. 그는 윤리특위가 여당 의원들만의 투표로 한나라당 의원에게 중징계 결정을 내린 데 대해서도 불편함을 나타냈다. 박 대표는 전날 노 대통령이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이 반대하면 여당이 아무것도 못한다'고 한 부분을 상기시키며 "윤리특위에서 여당은 숫자가 많다고 동료 의원에게 폭거를 자행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징계가 권위가 있으려면 형평성을 잃지 않아야 하는데 여당 의원에겐 솜방망이식"이라며 "강력 대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낙선자 보상 차원 인사'에 대해선 "대통령의 인사에 국민의 불만이 많은데 이런 인사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크게 해를 끼치고 결국 노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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