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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경제 어렵네" 교사들 진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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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주 바뀐 경제 교과서를 살펴본 데 이어 교실에서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현장 취재했다. 입시 부담이 없는 초등학교에선 나름대로 취지를 살리고 있는 데 비해 많은 중.고교에선 '교과서 따로, 수업 따로' 현상을 빚고 있었다.

이번 학기부터 고등학교 3학년을 제외한 초.중.고교생들이 7차 교육과정에 따른 새 경제 교과서(고교 2학년 이하는 사회)로 공부를 시작했다.

"필요 없는 내용이 줄었더군요. 그전 교과서는 경제학 이론을 너무 많이 제시해 마치 '꼬마 경제학자'로 만들려는 것 같았지요. 새 교과서는 이해하기 쉽고, 학생들의 창의력을 개발하는 쪽으로 잘 짜여졌다고 봅니다."(부산 혜광고등학교 전창완 교사)

◇교실은 여전히 옛날 방식

학생보다 교사들이 새 교과과정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전처럼 용어만 달달 외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토론 중심으로 수업해야 하므로 교사의 부담이 커졌다. 특히 거의 모든 수업이 수능시험과 직결되는 고등학교에선 경제교육 자체가 삐걱대고 있다.

"현실적으로 수능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이론 중심으로 가르칠 수밖에 없다.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토론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어렵다. 과거처럼 그냥 수능을 위해 진도를 나가고 있다."(서울 H고 김모 교사)

기본적으로 일선 교사들이 7차 교육과정에 적응할 시간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개편 교과서에 맞춘 연수가 없었다. 미리 새 교과서를 보지도 못했다. 새 학기 시작 직전인 2월 말에 겨우 보았을 정도다. 그러니 제대로 준비할 수 있었겠는가."(서울 O중학교 황모 교사)

교사용 지도안내서가 교과서만도 못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우리는 보통 생산이라고 하면, 무엇인가를 만드는 행위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물론 원재료를 가공.변형.조립하는 행위는 생산의 가장 전형적인 형태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이 생산의 전부는 아니다. 물건을 운반하거나 저장하는 행위, 춤추고 노래하는 행위, 심지어는 기존에 생산된 재화를 파괴하는 행위도 생산이 될 수 있다."(교학사 발행 경제교과서 1백14쪽)

"생산이란 원재료에 노동.자본.토지와 같은 생산요소를 투입해 그것의 형태나 성질.모양.위치 등을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변화시켜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모든 행위다." (교학사 발행 교사용 지도서 1백36쪽)

경제학을 전공한 교사라면 교사용 지도서 내용으로도 충분하겠지만, 실제로 일선 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교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교사용 지도서는 교과서보다 더 충실한 내용과 풍부한 사례를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과서가 적고 있는 '기존에 생산된 재화를 파괴하는 행위도 생산이 될 수 있다'는 부분에 학생은 물론 교사들도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를 풀어줄 만한 다음과 같은 보충 설명이 교과 지도서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폐차장에서는 기존에 생산된 재화인 자동차를 파괴해 고철을 만드는 새로운 생산활동을 한다. 또 낡은 건물(기존의 재화)을 부수고 그 자리에 공원을 짓는 것도 생산이다."

◇보조 자료를 찾기 어렵다

새 교과서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교과서에 실리지 않은 보조 자료를 활용하는 것이다. 교과서가 실생활 위주로 쓰여짐에 따라 여러 가지 그래프와 도표를 보여주라는 지시문이 곳곳에 있다.

그런데 교과서 제작과 배포 시점과의 시차 때문에 항상 변화하는 최신 경제 뉴스를 따라잡기 힘들다. 결국 이런 자료는 인터넷을 통해 교사와 학생이 입수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경제교육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하다.

"균형이 잡힌 멀티미디어 자료를 공공기관에서 제작해 수업 보조자료로 보급해야 한다."(KDI 경제정보센터 천규승 박사)

이희성 경제연구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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