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력단절 여성 446만명 장애·유족연금 받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전업주부에 대한 국민연금 차별이 사라진다. 지금은 일하다가 전업주부가 되면 국민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다쳐도 장애연금을 못 받고, 사망하면 가족이 유족연금을 못 받는다. 안 낸 보험료를 이후에 채워 넣을 수 없어 노후연금을 못 받거나 적게 받아야 한다. 반면 미혼 여성은 일하다 실직한 경우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장애·유족연금 혜택을 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전업주부 차별을 없애는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28일 입법 예고했다. 올해 1월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으나 기초연금 시행(7월)에 밀려 입법 작업을 중단했다가 이번에 다시 꺼냈다. 복지부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시행할 방침이다.

 현재 전업주부로 분류돼 국민연금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는 사람은 656만 명이다. 국민연금법에는 배우자가 소득활동을 하면 소득이 없는 다른 한쪽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이 중 446만 명은 과거에 일을 하면서 한 번이라도 보험료를 납부한 이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경력단절여성(경단녀·經斷女)’이라 불리는 전업주부들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업주부도 크게 다치면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다. 지금은 보험료를 내는 중에 다쳐야 장애연금이 나온다. 앞으로는 과거에 보험료를 낸 이력이 있으면 언제든지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보험료 납부 기간이 ①가입대상 기간의 3분의 1 이상 ②최근 2년에 1년 이상 ③10년 이상 등의 세 가지 중 하나를 만족해야 한다.

 8년 직장생활을 하면서 매달 18만원(절반은 회사 부담)의 보험료를 내다 결혼하면서 전업주부가 된 A씨(35)가 계단에서 넘어져 장애가 생겼다고 가정하자. 지금 다치면 장애연금을 못 받는다. 하지만 개정된 법률이 시행되면 최대 월 46만7880원(장애 1급 기준)의 연금을 받는다. A씨는 가입대상 기간 13년(첫 직장 22~35세)의 3분의 1(4.3년) 이 훨씬 넘게 8년 동안 보험료를 냈기 때문에 장애연금 수령 조건을 갖췄다. 복지부 국민연금정책과 김혜진 과장은 “매년 2150명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연금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전업주부가 사망한 경우 과거 10년 이상 보험료 납부 이력이 있어야만 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10년을 못 채워도 장애연금처럼 ①②번 조건에 맞게 보험료를 냈다면 혜택이 생긴다.

 노후에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일을 그만둔 이후 전업주부 기간의 보험료를 추후 납입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불가능하다. A씨처럼 국민연금 최소 가입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한 경우 부족한 2년치 보험료(432만원)를 내면 61세에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 20년간 받는다고 가정하면 연금수령액은 5818만원이다. 부부가 연금을 받다가 한 사람이 사망할 경우 배우자의 유족연금을 20%만 받았으나 앞으로는 30%로 올라간다.

김혜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