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락 뱀 커브, 넥센 박·강 타선 잠재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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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LG 신정락이 최고의 투구를 보여줬다. 2010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번으로 LG에 입단한 그는 그동안 부상으로 부침을 겪어왔다. 지난해 9승을 거뒀던 그는 올해 다시 부상으로 고전했지만 플레이오프 첫 선발 등판에서 귀중한 승리를 따냈다. [뉴시스]

LG 사이드암 투수 신정락(27)의 춤추는 듯한 커브가 넥센을 홀렸다.

 LG는 28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2차전에서 넥센을 9-2로 대파했다. LG는 전날 패배(3-6)의 아픔을 딛고 원정 2연전을 1승1패로 마쳤다. LG와 넥센은 30·31일 LG의 홈인 잠실구장에서 3·4차전을 벌인다.

 LG 선발 신정락이 넥센 거포들을 완벽하게 눌렀다. 최고 시속 145㎞의 빠른 공과 각도 큰 커브를 섞어 가며 효과적으로 넥센 타선을 묶었다. 특히 뱀처럼 휘는 커브에 넥센 타자들의 방망이는 허공을 가르기 일쑤였다. 신정락은 홈런왕 박병호를 3타수 무안타(1탈삼진)로 제압했고, 5번타자 강정호를 커브로 세 번이나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200안타를 때려낸 서건창에게도 안타를 맞지 않았다. 2-0으로 앞선 7회 1사에서 유한준에게 솔로홈런을 내준 게 옥에 티였다. 7회까지 삼진 10개를 잡아내며 2피안타 무사사구 1실점으로 포스트시즌 첫 승을 따냈다.

 신정락은 골반 부상으로 전반기 3경기 밖에 등판하지 못했다. 지난해 9승(5패·평균자책점 4.26)을 올리며 선발진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지만 올 시즌 초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후반기 들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안정을 찾던 신정락은 시즌 막판 최고의 컨디션을 만들었다. 지난 6일 잠실 NC전에서 7과3분의1이닝 동안 무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손톱을 다쳐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끝까지 던졌다면 노히트노런이 가능했던 피칭이었다.

 양상문(53) LG 감독은 신정락에게 굳은 신뢰를 보냈다. 양 감독은 “최근 정락이를 보면 자신감이 엿보인다”며 준PO 미디어데이 인터뷰 선수로 추천했다. 하지만 NC와의 준PO에선 썩 좋지 못했다. 3경기에 구원투수로 나와 2와3분의2이닝 동안 4피안타 1실점했다. 커브 구위는 괜찮았으나 제구가 불안정했다.

 이날 선발투수로 등판한 신정락은 지난 6일 ‘노히트 피칭’에 가까운 구위를 보여줬다. 홈런 군단 넥센 타선을 상대로 공격적인 피칭을 했다. PO 2차전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신정락은 “오늘 선발로 나섰지만 중간투수로 나왔다고 생각했다. 3이닝만 전력투구하자는 마음이었다”면서 “구위가 좋았고 포수 최경철 형이 리드를 잘해줬다”고 말했다.

 신정락은 올 시즌을 마친 뒤 군 입대할 예정이다. 이날 졌다면 입대 전 마지막 등판이 될 수도 있었다. 그는 “입대 전 마지막 피칭이 될 수도 있어 더 힘껏 던졌다. 포스트시즌에서 더 던지고 싶다”며 한국시리즈 등판을 기대했다.

 넥센 선발 밴헤켄도 20승 투수다운 피칭을 선보였다. 자로 잰 듯한 제구와 뚝 떨어지는 포크볼을 앞세워 8회 1사까지 안타 4개만을 내줬다. 7과 3분의1이닝 3실점(2자책) 10탈삼진.

 1회 초 공 10개로 삼진 3개를 잡은 밴헤켄은 2회 1사 2·3루에서 손주인의 2루 땅볼로 첫 실점했다. 5회에는 스나이더의 내야안타와 자신의 송구 실책으로 무사 1·2루에 몰렸고, 최경철의 번트와 오지환의 땅볼로 추가점을 허용했다.

 승부는 8회 초 결정됐다. LG가 선두타자 최경철의 안타와 오지환의 희생번트로 1사 2루를 만들자 넥센은 홀드왕 한현희를 올렸다. 그러나 한현희는 정성훈과 대타 이병규(등번호 9)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LG는 박용택이 만루에서 적시타를 때려 3-1로 달아났다.

 1차전처럼 넥센은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필승계투 조상우를 투입했다. 그러나 조상우도 제구가 흔들리며 이병규(등번호 7)와 이진영에게 연속으로 밀어내기 볼넷을 줬다. 5-1. LG는 스나이더의 2타점 2루타와 손주인의 희생플라이를 더해 8회 초에만 6점을 뽑았다.

 LG 양상문 감독은 “신정락의 구위가 (넥센 벤헤켄보다) 더 좋았다. 4~5회 정도 막아주면 불펜진을 동원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정말 잘 던져줘서 고맙다”며 “목동 경기는 적지라서 부담스러웠다. 일단 1승을 했으니 목표를 달성했다. 잠실 2연전에서 승부를 결정짓겠다”고 말했다.

김효경·박소영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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