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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프가 한국에 투자하는 이유는 탁월한 엔지니어가 있기 때문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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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우리에게 익숙한 청바지 색깔인 ‘인디고 블루’. 이 염료를 149년 전에 만들어낸 회사가 있다. 지난해 기준 740억 유로(약 98조6397억원)의 매출을 올린 세계 1위의 화학기업 바스프다. 이 바스프의 쿠르트 복(57·사진) 회장이 한국을 찾았다. 한국에서 열리는 바스프 아시아태평양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복 회장을 2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복 회장은 “바스프가 한국에 투자하는 이유는 탁월한 과학 인재 때문”이라며 한국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복 회장은 1954년 한국전쟁 이후 국내 진출한 바스프의 사업 이야기부터 꺼냈다. “한국 내에서 사업이 급성장한 것은 한국기업들의 경영능력과 한국인들의 근면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복 회장은 “한국에 투자하는 이유는 한국에 시장도 있지만 좋은 인재, 탁월한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전자소재사업 아태지역본부 서울 이전에 이어, 최근 금속을 대체하는 신소재 플라스틱인 ‘울트라손’ 생산공장을 여수에 세우고 수원 성균관대에 전자소개 연구개발(R&D)센터를 짓기로 한 것은 모두 인재 시장을 노린 포석이란 설명이다. 그는 “한국 바스프의 일반 직원 뿐만 아니라 경영진까지 모두 세계 최고다”라며 “화학산업을 포함해 전세계가 직면한 도전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마인드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스프가 생각하는 인재에 대해선 “스킬이나 능력만이 아니라 충분한 도전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적 시각을 갖추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사람이 미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이 중국의 약진으로 고전 중인 데 대해 복 회장은 “앞으로도 쉽지 않은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석탄을 기반으로 한 중국 화학사업의 부상, 북미에서 시작된 값싼 셰일가스를 거론하며 “바스프 역시 도전에 직면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 멕시코만에 셰일가스로 화학제품 원료인 프로필렌까지 생산할 수 있는 세계적 규모의 컴플렉스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며 “값싼 셰일가스를 이용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 회장은 또 “20년 전만 해도 값싼 노동력을 앞세워 대량생산으로 급성장한 한국의 기업들이 지금은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반도체칩, 혁신적인 자동차 산업으로 무게를 옮겨오지 않았냐”며 “고객들에게 혁신적인 제품과 지능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100년 넘게 장수한 바스프의 생존전략으론 활발한 사업 조정 시스템을 꼽았다. 그는 “2004년 이후 140억 유로(약 18조6615억원)에 달하는 사업을 매각하고, 160억 유로(약 21조3275억원)의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사업을 인수했다”며 “활발한 사업 조정으로 경기침체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바스프의 아·태 회의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석했다. 박 시장은 “바스프의 좀 더 많은 투자와 협력”을 요청했고, 복 회장은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라고 화답했다. 복회장은 또 “내년에 서울에서 대규모로 어린이 화학 실험교실인 ‘바스프 키즈랩(kids lab)’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청했다.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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