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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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야구는 어떻게 보면 두구같다. 축구나 농구보다는 머리로 싸워야 할 일이 더 많다. 물론 손발이 기민해야하는 점에선 모든 경기가 비슷하지만 야구는 유독 책략의 대결이다.
우선 룰을 모르는 사람에겐 야구처럼 싱겁고 따분한 게임도 없다. 경기에 임한 선수나 코치 역시 절묘한 전략, 전술을 구사해야한다. 관중들도 그것을 알아차려야 게임이 재미있다.
게임도중 관중석의 주문이 많은 것도 그때문이다.
유럽사람들이 야구를 심드렁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상하다. 유럽은 역시 축구 아니면 테니스다.
테니스는 어딘지 귀족적인 티가 나서 그런대로 해볼 만하다. 축구는 장쾌한 맛이 있어 보는사람에게 어떤 해방감마저 만끽할 수 있게한다.
유럽사람들은 결국 테니스에서 못느끼는 것을 축구에서 찾고, 축구에서 부족한 것을 테니스에서 보상받는 것같다.
미국사람들은 테니스 대신에 야구를, 축구대신에 미식축구를 즐긴다. 즐기는 정도가 아니라 광적이다. 두가지 경기의 시즌이 되면 그동안만은 사람들이 그 게임을 위해 사는 것같다.
아마 3차대전이 터졌다고 해도 나중에 보자고 할 사람들이다.
미국에서 「베이스·볼」이 시작된 것은 1백50년도 못된다. 1839년 여름 뉴욕주 북부의 쿠퍼즈타운에서 「더블데이」 장군에 의해 첫게임이 벌어졌다. 「베이스·볼」이라는 말도 이때 처음생겼다.
「베이스·볼」을 야구라고 번역한 사람은 일본인이다. 쿠퍼즈타운시합이후 55년만인 1894년의 일이었다. 일본이 야구를 받아들인 것은 그보다 앞선 1873년.
미국사람이나 일본인이 야구라면 펄쩍 뛰는 것은 국민성과도 관계가 있는것 같다. 미국의 프런티어 정신이나 일본인의 이른바 섬사람 기질은 모두 야구를 좋아하게 되어있다.
「프런티어」 란 「변방」 이라는 뜻이다. 야구의 백구가 하늘을 날아 전방의 펜스 (울타리)를 넘어 무한전진하는 것은 프런티어정신과 통한다.
섬나라에 갇혀 사는 일본인들은 그들나름대로 바다바깥까지 박차고 나가는데 통쾌감을 느낀다. 야구는 볼을 제한된 틀속에 집어 넣는 것이 아니라 그 틀을 벗어나는 것이 특색이다.
미국인의 개척적인 성격이 야구를 낳았다면, 일본인들은 그 백구에 편승해서 틀에 얽매인 환경을 벗어나는데 매력을 갖는다.
이제 겨우 프로야구 원년을 기록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느새 서막부터 열광하는 것은좀 의외다. 심심파적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에 야구가 전래된 것은 1905년이었다. 미국인 선교사「길레트」가 황성기독청년회 회원들에게 게임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일본인들은 『한국사람들은 야구를 잘 못할 것』이라고 빈정거린 일이 있었다. 그 섬세하고 미묘한 지략을 당해낼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금 생각하면 괘씸하기 짝이 없다. 언젠가 한번 겨루어 볼만도 하다.
하늘 맑고, 절후마저 화창한 봄날. 플레이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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