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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공학 우리 식탁과도 멀지않다|유전자 조작 기술 개발이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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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8,19일 양일간 농촌진흥청에서 열린 유전공학심포지엄에는 5백여명의 국내전문가들이 모여 유전공학에 대한 국내의 열기를 실감케 했다. 세계적으로 관심의 대상인 유전공학은 이제 국내에서도 연구붐을 타 학계·산업계의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이번 심포지엄은 유전공학의 농업적 이용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아직 농업 면에서의 유전공학은 유전자 조작과는 거리가 먼 조직배양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우리의 식탁과는 그렇게 멀지 않아 관심을 끈다. 앞으로 유전공학이 어떻게 농업혁신을 가져올지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논문을 간추려 본다.
설동섭씨(농진청정책연구관)는『유전공학적 주요 기법은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첫째가 유전자 조작으로 한 생물의 유전자를 다른 생물에 옮겨 새로운 유용한 생물을 만드는 기술이다. 엄밀한 의미의 유전공학은 바로 이 기법을 이용하여 필요한 물질을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당뇨병치료약인 인슐린이 바로 유전자 조작으로 생산되고 있다. 즉 인슐린 생산을 명령하
는 유전자를 제한효소로 절제한 다음 이 유전자를 운반하는 운반체인 바이러스나 프라스미드에 넣어 생산력이 좋은 세균의 유전자와 결합시킨다. 이런 방법은 유전자 수가 적은 미생물은 손쉬운 편이나 수 만개 이상의 유전자를 갖는 식물과 같은 고등생물에는 쉬운 일이 아니다.
둘째는 세포융합이다. 세포융합은 서로 다른 종의 두 세포를 세포막을 깨뜨리고 융합해 새로운 생물을 만드는 것. 토마토세포와 감자세포를 융합하여 포메이토라는 신증식물을 만든 적도 있다. 아직 융합세포의 배양이 어렵고 번식력을 갖추지 못한 단계에 있지만 농업에는 이 방법이 많이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세째, 핵 또는 세포기관의 치환이 있다. 이것은 두 생물의 세포에서 핵이나 핵주위의 기관을 다른 기관으로 갈아넣는 방법으로 가축의 복제양산에 이용될 전망이다.
네째가 조직배양. 이 방법은 20년 가까이 작물개량등에 쓰여왔다. 그러나 일부 식물을 제의하고는 많은 식물에서 별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현재 농천진흥청은 조직배양을 통한 신품종 벼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기법들은 모두 농업에 이용되는 유전공학적 기술로 농촌진흥청은 1단계로 조직배양과 핵치환을, 2단계로 세포융합을, 3단계로 유전자조작기술을 개발해 작물의 품종개량과 가축의 기능향상, 농업 미생물 이용등의 연구를 추진할 방침이다.
.벼 품종개량의 경우 현재 단보당 5백70kg에다 기초적 유전공학기술을 이용하면 품종육성 연한의 단축과 강한 품종선택으로 80년대 안에 6백70kg까지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본격적인 유전공학기법이 적용되는 90년대는 세포융합 법으로 8백kg의 생산을, 2천년 내에는 유전자조작으로 단보당 1천kg까지 다수확이 가능하게된다.
특히 유전자조작으로는 추위·가뭄· 병충해에 강할 뿐 아니라 간척지와 같은 염분지대에도 재배할 수 있는 신종 벼를 만들 수 있는데 내염성 벼는 미역·김등에서 염분에 견디게 하는 유전자를 뽑아내 이식해 주는 방법을 쓰게된다.
벼는 병윈균이 계속 분화되어 내성을 띠기 때문에 적어도3∼4년마다 새로운 품종이 개발돼야 한다. 실례로 지난 몇 년 동안 도열병은 17종에서 32종으로, 백엽고병은 5종에서 18종으로 늘어났으며 벼멸구는 1종에서 3종으로 증가됐다.
농촌진흥청은 현재 꽃가루 배양법을 통해 특정 장점을 갖는 품종을 정착시키고 있는데 재래식은 7년이 걸리지만 이 방법으로는 1·5년에 새 품종을 만들 수 있다.
한창렬 교수(충남대 농대)는『감자는 생장점을 이용하는 조직배양으로 무병종서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생장점이라는 것은 직경 0·1mm, 길이 0·25∼0·3mm크기의 식물체가 자라는 부위로 세포분열이 가장 활발하다. 생장점의 세포를 잘 배양하면 완전한 식물을 얻을 수 있다. 감자의 싹이 바로 생장점으로 이것을 배양하면 바이러스에 거의 감염되지 않은 감자종자를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감자생산이 단위면적당 일본·네델란드에 비해 2∼3분의1밖에 안 되는 것은 바로 바이러스 감염 때문이다. 또 보다 완전한 무병종자를 얻기 위해서는 세포융합이나 유전자조작이 이루어져야한다.
미생물을 이용한 질소비료의 대체도 유전공학에 기대하는 큰 목표중의 하나다. 콩의 질소 고정 능력이 높은 근류균을 벼 뿌리에 이전하여 벼도 콩 작물과 같이 공기중의 질소를 고정하는 능력을 갖게 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벼 뿌리에 기생하는 미생물에 질소 고정유전자를 넣음으로써 가능하다.
소비량이 급증하는 육우는 새로운 품종개량이 시급한데 수정란 이식방법을 쓰면 자연번식보다 6∼7배의 증식을 시킬 수 있다. 수정란 이식은 우량 암소의 수정란을 다른 암소배에 이식 시켜 우량종을 낳는 방법.
육우는 2천년대 에는 유전자조각으로 체중을 배로 늘리고 한번에 여러마리를 낳는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전공학의 농업이용은 어느 나라나 막 시작한 단계에 있지만 발전속도는 놀랄 만큼 빠르다. 우리가 크게 떨어진 분야는 유전자조작기술인데 조직적인 연구로 차근차근 밟아 나간다면 침체된 농업의. 활력소로 유전공학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장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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