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세제의 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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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현행세제가운데 불합리하거나 모순되는 것을 파악하여 연내에 과감히 시정하겠다는 나웅배 재무부장관의 말은 매우 고무적인 것이다.
나장관은 18일 취임후 처음 경제5단체장과 만난 자리에서 세제개선의 방향으로 기업인의 투자의욕을 북돋는 세제를 마련하겠으며 명목적인 고세율은 고쳐나가겠다고 밝혀 의욕적인 조세정책의 정립을 밝혔다.
이는 조세의 기능이 소득재분배의 역할뿐만 아니라 경기대책적인 측면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여 합리세정으로 가려는 적극적인 의도의 표시로 해석된다.
나장관은 간접세부문의 개선에 역점을 두어서, 특별소비세의 경우 명목적인 고세율을 내리고 부가세는 과세저변을 확대토록 고쳐나가는 것을 구상하고있는 것 같다.
납세자들은 현행 세제가 미세편의위주로 되어있어 경기동향에 관계없이 세수증대만을 위한 경직적 운영을 하고있다고 비판한다.
조세정책은 세원의 보호와 육성을 참작하면서 경제의 흐름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되어야 합에도 세수확보, 세수증대라는 측면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미세변의위주는 올해의 세수구조에도 잘 드러나고 있다.
올해 내국세수목표 5조5천8백24억원(방위세 1조3천6백53억원 제외)의 구성을 보면 직접세수는 l조7천3백91억원인데 비해 무차별과세를 하는 간접세수는 3조7천6백15억원으로 전체의 68.8%를 점하고있다.
직·간접세의 비용이 완전히 전도되어 소득재분배의 구실은 외면한채 세금을 거두기 쉽게만 짜여지고 있는 것이다.
『조세는 궁극적으로 반드시 그 나라의 자본, 또는 소득의 어느 것에 의해서건 지불된다』 (「D·리가도」의 조세론)는 것이고 보면 세정은 과세의 형평과 저부담을 위해 운영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럼에도 소득분포에 관계없이 무차별과세가 정착,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세정의 후퇴라고 해도 할말이 없는 것이 아닌가. 특히 현대적인 조세운용의 기법은 경기대책적인 면이 깊이 고려되어야만 한다.
나장관이 지적한대로 특별소비세라는 특유의 세목을 정해놓고 다분히 응징적인 고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세수증대에도 경기자극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소득의 변화, 생활여건의 향상에 따라 사치성물품이 생활용품화 하는 경향에 있는데도 최고 1백30%(휘발유)에서 10%(피아노·자양강장품·경유만은 7%)의 특별소비세를 과하는 것은 재고할 여지가 있다.
명목적인 고세율이 성실납세풍토를 저해하여 오히려 납세의 기피를 유발할 소지도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성실거래가 전제가 되는 부가세제도 거래관행의 미비로 계속 논란의 대상이 되고있다.
과세특례기준의 남발, 사실상의 인정과세화, 자료상이라는 기묘한 업종의 등장까지 유발한 부가세의 모순은 아직도 고쳐지지 않은 채로 있다.
따라서 경기자극책으로 부가세의 기본세율도 인하함으로써 조세부담을 완화해주고 성실납세를 기하게 해주는 것이 소망스럽다.
금년은 물가안정에 따라 인플레이션에 의한 자연증수는 기대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조세의 경기기능을 활용, 내수를 불러일으켜서 경기상승으로 인한 자연증수쪽으로 눈을 돌려야한다.
금년부터 일부 전자제품 등의 특소세인하로 가격을 낮추어 놓으니까 수요가 활발해진 것이 중은 예다.
물가안정과 경기진작을 함께 기할 수 있도록 세제의 광범위한 재검토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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