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노출 위험수위] 서울 오염도 도쿄의 2배, 뉴욕 3배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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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수도권 지역과 대도시의 미세먼지 오염이 심각하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대부분이 선진국 기준으로 볼 때 심각한 수준의 미세먼지 오염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전문가들은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국내 대기오염이 심한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환경부의 의뢰를 받아 '환경보건 10개년 종합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아주대 장재연 교수는 "앞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환경보건 연구에 이번 조사와 같은 오염물질별 위험인구 분석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미세먼지 오염실태와 원인=최근 3년간 서울의 연평균 미세먼지 오염도는 공기 ㎥당 69㎍을 기록했다. 이는 2002년 일본 도쿄의 오염도인 33㎍과 비교할 때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런던.뉴욕.파리 등의 20~22㎍에 비해서는 세 배 이상이나 된다.

연평균치뿐만 아니라 24시간 단기 오염기준인 150㎍을 초과한 경우도 2003년 한 해 동안 서울지역 27개 측정소에서 441회나 나타났다. 24시간 단기 기준을 초과한 날은 외출을 삼가야 할 정도로 오염이 심하다는 의미다.

올해 초 환경부가 "향후 10년간 미세먼지 오염도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배경에는 이 같은 심각한 상황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의 절반 이상은 자동차에서 발생한다. 전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양은 연간 6만8890t(2002년 기준)으로 이 가운데 56%가 자동차와 기차.선박.항공기.건설장비 등에서 발생했다. 나머지 40%는 발전시설이나 일반 공장 등이 차지했고, 쓰레기 소각 등에서 발생한 양은 4% 정도였다. 미세먼지 오염이 심한 수도권 지역의 경우 미세먼지 배출량의 대부분이 자동차에서 배출되고 있다.

특히 경유차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가 전체 배출량의 67%에 이른다.

◆ 피해의 심각성=미세먼지의 경우 천식을 악화시키고 폐암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심장병.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까지도 유발하기 때문에 미세먼지 오염이 심한 곳에 장기간 거주할 경우 조기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2000년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는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는 서울에서만 연간 9641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 결과를 발표했다.

또 단국대 권호장 교수는 지난해 중앙일보와 함께 진행한 환경보건 캠페인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를 통해 "미세먼지 오염으로 인해 서울시민의 평균 수명이 도쿄 시민보다 3.3년이 짧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병원진료비 지출과 노동력 상실 등 미세먼지로 인한 사회적 피해 비용을 추산한 결과, 2002년 수도권 지역에서만 4조4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 외국 사례=미국은 미세먼지보다 훨씬 더 위험한 극미세먼지(지름 2.5㎛ 이하인 미세먼지)에 대한 조사와 대책수립에 나설 정도로 우리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조사에 따르면 2002년 미국 내 129개 카운티의 6519만 명이 극미세먼지 기준치(공기 ㎥당 15㎍) 초과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미국 시민(2억9000만 명)의 22%가 극미세먼지 오염지역에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 실시된 극미세먼지 오염도 조사에서 미국의 세 배에 이르는 오염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어떻게 조사했나=이번 조사는 미국 EPA가 지난해 실시한 극미세먼지 위험인구를 조사한 방식에 따라 진행됐다. 지역별 오염도는 환경부가 실시한 전국 61개 도시의 대기오염 자동측정망 조사 결과를 이용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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