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홈피가 단체장 홍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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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 고창군 홈페이지. 오른쪽 상단에 군수의 얼굴을 넣어 ‘사이버 군수실’을 눈에 띄게 했다. (점선 안)

충남 천안시의 인터넷 홈페이지 초기 화면을 띄우면 오른쪽 상단에 시장 얼굴을 내세운 '사이버 시장실'코너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러분과 함께하는 일꾼이 되겠습니다'라는 문구와 하단에 '시장에게 바랍니다''시장 동정' 등의 항목을 넣는 등 네티즌의 눈길을 잡으려는 노력이 역력하다.

내년 지방선거(5월 31일)를 앞두고 일부 지자체가 홈페이지에 단체장 코너 꾸미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시장의 활동내용을 담은 동영상과 사진 등을 올려 노골적인 선거운동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주시도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 시장 사진을 넣어 '열린 시장실'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강원도 삼척시와 양구군, 경북 안동.구미시와 의성군, 전북 고창군도 단체장 얼굴을 초기 화면에 각각 내세웠다.

공주시의 경우 홈페이지에 시의 현황을 소개하는 시장 인사말을 2분25초 동안 동영상으로 내보내고 있다. 인사말을 시작하기 전 시장이 거리 캠페인에서 부녀자들과 함께 활기차게 거리를 걸으며 노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어린이들과 함께 활짝 웃는 모습이 25초 동안 담겨 있다.

천안시의 경우 '시장 활동 사진' 항목을 별도로 마련했다. 100여 곳의 행사에 참석한 시장 모습 사진을 행사당 2~5장씩 올려놓았다. 천안시가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시장 사진은 각 읍.면.동 행사 및 각종 기념일, 준공.개관식 참석 사진 등 300장이 넘는다.

대전참여연대 금홍섭(38) 시민사업국장은 "주민들이 자주 찾는 지자체 홈페이지가 현직 단체장의 치적 홍보용 사이트로 이용되고 있다"며 "이는 선거운동용으로 이용될 수 있는 만큼 선거관리위원회가 규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 국장은 "사이버 선거시대를 맞아 서둘러 지자체 홈페이지 등의 사전 선거운동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천안선관위 박종진 지도과장은 "인터넷 매체에 대한 선거법 관련 규정이 자세히 마련되지 않았다"며 "따라서 아직 단속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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