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공장 기계엔 손가락 들어갈 빈 틈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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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 "이런 틈새가 있으면 손을 다쳐요" 한국얀센 직원들이 주의 사항을 듣고 있다. 얀센은 매달 이 같은 교육을 한다.

다국적 제약업체 한국얀센의 경기도 화성 공장. 두통약 타이레놀 등을 만드는 이 곳은 새 기계가 들어 오는 즉시 안전 테스트를 한다. 기계 안쪽 회전 부위 등에 사람 손가락이 끼일 틈새가 있으면 일단 불합격이다. 기계 점검.정비를 위한 틈새는 틀어 막혀 있어야 하고 안전장치가 해제되면 자동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한다.

기계와 공장 바닥 사이의 틈도 철망 등으로 막아 놓는다. 공구 등을 떨어뜨린 후 이를 찾으려고 기계 아래에 손을 넣었다고 행여 다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한국얀센의 화성 공장은 이달 초 20년 무재해 기록을 달성했다. 85년 6월 4일 직원 한 명이 손가락을 다친 후 인명사고가 한건도 없다. 재해란 사고로 다쳐 4일 이상 치료와 요양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최근 20년 평균 산업재해 발생율(2.9%)로 계산하면 이 공장에서는 30여건의 사고가 났어야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사업장의 근로자 1047만여명 중 8만9000여명이 사고를 당했고 이로 인한 경제 손실은 1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 얀센은 이 공장이 준공하던 해인 84년부터 '안전 경영'을 하고 있다. 이 회사의 안전수칙은 전기.소방과 관련한 것부터 무너지지 않게 물건 쌓는 요령까지 100여 항목에 달한다. 불시에 현장을 점검해 이 규정을 지키는지를 살피고 이 결과는 인사 고과에 반영된다. 사고가 날 뻔 했던 200여건의 사례는 꼼꼼히 기록해 사내 전산망에 띄운다. 안전조업을 위한 제안은 근무 성적표에 올라간다. 교육도 철저하다. 신입 사원이 오면 소방.전기 등 공통의 안전 교육을 하고 부서별 업무 배치 첫 날에도 안전교육을 듣는다. 이 공장은 "안전은 자신이 아니라 가족을 위한 것"이란 점을 강조한다. 또 생산 현장에 배치돼 일을 익히면서도 그때그때 상황에 필요한 안전 교육을 한다.

화성 공장 안전담당 이상구 부장은 "입사한 후 한달 동안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안전'지침을 익히는 기간"이라고 말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매달 정기 교육도 한다. 기계가 돌아가는 부위에서 오이나 소시지가 잘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손가락을 넣었다가는 이렇게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이 부장은 "늘 보는 직원들도 오이가 잘리는 장면을 보고 경각심을 되새긴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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