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의 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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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현재 종합청사에 들어있는 법무·농수산·건설·보사부 및 과학기술처등 5개부처와 신설되는 체육부를 경기도 과천에 신축되는 정부 제2청사로 옮기기로 했다.
정부의 행정기능 분산문제는 대도시인구소산 및 도심기능의 분산문제등과 함께 오랜 숙제의 하나였다. 정부청사가 한군데 집중되어 있는 현상은 특히 우리나라처럼 여건이 특수한 나라에서는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중앙청 바로 앞에 19층짜리 매머드종합청사를 지을 무렵부터 많은 논란이 인것도 그 때문이다.
세계은행이 당시 정부청사를 한군데 모으는 것은「적침」과 같은 돌발사태가 일어날 경우 정부기능이 일시에 마비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입장에 섰던 것은 다 아는 일이다.
이같은 안보상의 이유말고도 행정기능의 집중이 수도권인구 소산이란 우리의 절실한 당면과제와도 상충되는 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한때 서울서 고속전철로 1시간정도 거리에 임치행정수도를 건설한다는 구상이 발표되었던 것도 내세운 명분은 서울의 인구집중억제와 안보상의 이유였다.
물론 이 구상은 정부의 정책도상에서도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임시수도건설이 좌절된 가장 큰 이유는 엄청난 자금부담에 있었지만, 행정부의 기능분산의 필요성이 없어진 때문은 아니다.
그런 뜻에서 정부가 종합청사를 크게 두군데로 분산하고 독립청사에 들어있거나 임차청사를 사용하고 있는 20여개 정부기관을 현행대로 두기로한 것은 지금 우리의 여건밑에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정부부처의 과천이전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서울인구의 소산이나 4대문 안에 집중되어있는 서울도시기능의 분산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 우리로서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강북의 도심지에만 집중되어 있는 도시기능을 분산시키고 나아가서 부도심의 개발을 촉진하는 적극적인 시책도 꾸준히 펴나가야할 것이다.
행정기관의 분산이 노리는 부수적인 효과는 민원인의 번거로운 관청출입을 줄임으로써 교통의 혼잡을 줄이는데도 있다.
정부는 민원업무와 행정절차의 간소화를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일부 실천에 옮기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민원업무가 까다롭고 행정절차가 복잡한 것은 비단 국민들에 불편을 주고 관에 대한 거리감을 줄뿐 아니라 각종 부조리를 낳는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앞으로 과천의 정부 제2청사가 정상적인 가동을 하면 정부기관이 한군데 모여 있는데서 생기는 이점, 가령 각 부처간의 신속한 업무연락은 쉽지 않을것이다. 이런 경우 관계관들이 한강을 왕래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도록 통신수단의 개발과 시설에도 힘써야할 것이다.
따지고보면 수도권 문제의 근본은 9백만 가까운 사람이 서울에 모여산다는데도 있지만 도시기능의 80%정도가 전체서울면적의 2%에 불과한 4대문안에 집중되어 있다는 데 있다. 일부 정부기관의 과천이전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어야 한다는 시각에서 본다면 단순한 건물의 이전만으로는 큰 뜻이 없다. 제도의 이전도 함께 이루어져야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중앙관서가 갖고 있는 행정권한을 하부기관에 이양하거나 민간의 자율기능에 맡기는 일이다.
수도권에의 인구집중의 가장 큰 원인이 중앙집권적인 행정형태에 있었음을 이 기회에 한번쯤 생각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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