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라운지] 4 ~ 8인 쓰는 입원실 병 옮을 가능성 높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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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암으로 입원한 환자가 숨을 거뒀는데, 사망확인서상의 사인(死因)이 '폐렴'인 경우가 있다. 유족들은 막연하게 "암으로 건강이 쇠약해져 폐렴에 걸린 거겠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폐렴은 암의 한 증상이 아니다. 폐렴균이 일으키는 감염성 질환이다. 병원에 처음 입원할 당시엔 폐렴이 없었으나 입원 중 이 병에 걸렸다면 원내 감염일 가능성이 크다. 폐렴은 원내 감염의 15~20%를 차지해 요로 감염에 이어 두 번째로 자주 발생하는 질환이다. 중환자실 환자가 원내 감염으로 폐렴에 걸릴 경우 10명 중 7명 이상이 숨질 정도로 치명적이다.

병원은 환자가 모이는 장소다. 당연히 병원엔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바이러스 등 병원체가 수없이 떠돌아다닌다. 이런 곳에 면역성이 떨어진 환자가 장기간 머물면 감염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특히 입원실은 원내 감염에 취약한 구조다. 4~8인이 함께 이용하는 다인 병실은 커튼 한 장으로 환자를 분리한다. 침대 사이의 간격도 좁아 감염 우려는 더욱 크다.

한국에서 원내 감염이라는 용어가 일반인에게 처음 알려진 것은 1980년대 초반이다. 서울의 K병원에서 환자가 집단으로 레지오넬라병에 걸린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다. 그런 만큼 제대로 된 통계도 없고 대책도 전혀 없는 상태다. 국내 입원 환자의 원내 감염률이 3.7~15.5%에 달한다는 학회 보고가 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은 원내 감염 희생자가 입원 환자의 5~1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병실이 1인실 혹은 2인실만 있고, 병원 위생관리도 비교적 철저한 미국이 이 정도면 국내 감염률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원내 감염은 환자의 생명뿐 아니라 병원 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미국 병원들은 입원 수익의 10%를 원내 감염 치료에 쓴다. 해마다 10만 명가량이 원내 감염으로 생명을 잃고 그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이 1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에서도 원내 감염이 되면 치료비 부담(환자+건보)이 65만원(요로 감염)에서 636만원(수술부위 감염)까지 추가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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