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씨 서강대 총장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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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가 1960년 학교 설립 이후 처음으로 경제계 출신의 일반인을 총장으로 선출했다.

가톨릭 예수회가 설립한 서강대의 총장은 지난 45년 동안 신부들이 줄곧 맡아왔다. 이 학교 이사회는 24일 박홍 이사장 주재로 이사회를 열고 손병두(64.사진) 전경련 상임고문을 제12대 총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손 총장 내정자는 27일 전체 이사회에서 임명장을 받고 4년 임기의 총장직을 수행한다.

손 총장 내정자는 이날 "학교발전 방향과 운영방안 등 청사진은 취임식 이후에 밝히겠다"며 언론과의 인터뷰를 사양했다. 그는 총장 입후보 지원서에서 "세계화시대에 맞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임기 내 1000억원대의 기금을 끌어오겠다"고 밝혔었다.

박홍 이사장은 선임배경에 대해 "다양한 사회경험을 가진 손 후보가 서강대의 정체성과 위상을 되찾는 데 가장 적합한 분이라고 판단했다"며 "손 후보는 가톨릭 평신도 회장을 맡는 등 가톨릭 리더로서의 자질도 갖췄다"고 설명했다.

총장 후보에는 손 내정자를 비롯해 유기풍(53) 공학부 교수와 지용희(62) 경영학과 교수가 올랐었다.

서강대는 지난 2월 신부 출신의 류장선 전 총장이 교내 보직교수의 입시부정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 총장후보 자격을 '예수회 소속 신부'에서 '가톨릭 신앙을 가진 일반인'으로 확대했다.

손 내정자는 삼성그룹 비서실 출신으로 한국생산성본부 상무, 한국전매공사 이사 등을 거친 뒤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상근부회장으로서 전경련을 사실상 이끌어 왔다. 이번 인선 과정에서는 손 내정자의 두터운 재계 인맥과 경영마인드가 학교운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연세대와 고려대 등이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에서 후원금을 대거 끌어들인 점이 손 내정자의 발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상근부회장 시절 손 내정자는 특유의 부지런함과 성실함, 추진력 등으로 재계의 신망을 얻었다. 또 분단위로 시간을 쪼개 일하고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손 내정자의 선임과 관련, 학생회와 일부 교수들은 일단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김태진(22) 서강대 총학생회장은 "정부의 3불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에 반대해온 인물"이라며 "퇴진운동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일부 교수들은 "총장 자격을 일반인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교수와 학생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박성우 기자

◆ 손병두씨 약력

▶경남 진주 ▶경복고-서울대 경제학과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한국생산성본부 상무이사, 동서투자연구소 소장,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노사정위원회 위원, 전경련 상근부회장(1997년 2월~2003년 2월), 전경련 상임고문(2003년 2월~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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