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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친구] 목사 "내 맘 알지" 이맘 "이 맘 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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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파룩 준불" 이맘(이슬람 선교사.左)과 김진 씨알수도회 목사

종교 간 갈등하면 주로 이슬람과 기독교를 떠올린다. 두 종교가 왜 이렇게 각인된 것일까 하는 점이 자못 궁금한데, 서울 이태원에 있는 이슬람 중앙성원에서 이슬람 선교사와 개신교 목사가 만난 자리에선 두 종교가 서로를 끌어 안고 있어 흐뭇하다. 이슬람의 '이맘'이란 선교사격으로 금요일 예배를 인도한다. 이맘 파룩 준불(45)의 경우 서울 한국이슬람협회의 초청으로 1997년 한국에 온 뒤 무슬림 형제들을 돌보고 있다.

그런 파룩에게는 한국인 목사 친구가 있다. 기독교의 영성수도회 '씨알수도회'에 참여하고 있는 김진 목사(42). 두 사람이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서울이 아니다. 이맘의 고향인 터키에서 우정이 맺어졌다. 김목사가 몇 년 전 유대교.기독교.이슬람 세 종교의 종교지도자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터키에 간 것이 계기가 됐다. 종교가 다른 두 종교 지도자가 어떻게 우정을 쌓을 수 있었을까.

"우리 무슬림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실은 기독교인입니다. 같은 조상이거든요. 코란에선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에 관한 이야기를 19장 전체에서 전하듯 마리아는 무슬림 여성들의 모범적인 어머니이기도 합니다. 이슬람의 중요한 선지자가 다섯 분 가운데 노아.아브라함.모세.예수.무함마드입니다. 예수님은 이슬람에서 없어선 안 되는 분이세요."

파룩의 말은 계속된다. 똘레랑스(관용)으로 풀어낸 그의 말을 경청해보자.

"무함마드 생전에 다른 종교 지도자들이 성지에 와 자신들만의 종교의식을 거행하겠다고 했을 때 허락한 것이 바로 관용의 사례이지요. 관용에는 평화가 있어요. 종교인들이 자신의 종교가 훌륭하다고 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내 종교만이 옳다, 또는 내가 믿는 신이 최고다라고 하면 그 때 평화가 깨집니다."

김목사는 개신교 집안에서 자라 총신대와 한신대를 나왔다. 그 후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신학박사를 받은 후 귀국 2000 년 기독교장로회 목사 안수를 받았다. 다양한 종교간 대화운동에 참여하며 영성을 중심으로 하는 개신교수도회 모임인 '씨알수도회'를 이끌며 지난 해 '예수도원'이라는 이름의 명상원을 열었다. 매주 월요일 명상기도와 피정으로 영성운동을 이끌고 있다. 이맘도 개원 시절부터 함께해온 후원자의 한 명이다.

"개신교에 예수를 깊이 체험하자는 영성의 물결을 새롭게 일으킬 때가 왔습니다. '지금 여기서'의 하나님 나라를 체험하고 예수의 사랑과 평화의 영성을 발견해야 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김목사에 따르면 이맘 파룩과의 우정은 영성의 공통분모 때문이다. 그렇다면 종교간의 대화란 이제 단순한 갈등 무마의 차원을 떠나 제3의 열매를 맺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까? 실제로 김목사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이웃 종교에서도 살아 있는 하나님을 체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원화된 세계에서는 내 것만으론 내 것조차 잘 모르게 되지요. 나의 진리는 이웃 종교와의 만남에서 외려 더 이해가 깊어집니다. 이맘은 내가 처음 만난 무슬림이고 나에게 이슬람을 보게 해 주었지요."

그가 새롭게 밝히려는 '영성의 불길'에 적극 참여하는 이맘은 이미 타인이 아니다. '영성의 형제'라는 말이 정확하리라. 둘이 어깨동무하는 모습을 보니 이 세계 종교무대에서도 두 종교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까지 보고 싶은 것은 나 혼자만의 마음일까.

김나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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