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피나 바우쉬" "후반부는 지루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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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0억원짜리 무용 프로젝트'인 피나 바우쉬의 한국을 소재로 한 신작 '러프 컷'이 21일부터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국내 무용계는 물론 문화계 인사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무용계의 반응은 "매 순간 순간 즐거웠다""기대에 못미쳤다" 등으로 엇갈린다. 하지만 짠 점수를 준 측에서도 현대 무용의 흐름을 바꾼 대가로 하여금 한국 소재 신작을 안무하도록 했다는 점은 박수로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무용 기획사인 가네샤의 김성희 대표는 "한국 사람과 문화, 한국인들의 정서에 대한 엄청난 통찰력이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특히 전 출연자가 정신없이 무대 위를 뛰어다니며 '빨리 빨리 조급증'에 빠진 것 같은 한국 사회를 연상시키는 장면이나, 서로 등을 대고 누운 두 사람이 제 3자에 의해 비로소 마주보고 껴앉는 장면 등은 애절하고 절절했다는 것. 무용 칼럼니스트 장인주씨는 "이전 작품보다 밝아지고 춤도 많아져 보기 좋았다. 강렬한 솔로가 인상적이었고 남자 무용수들의 파워가 엄청났다. 특히 거의 무대 전면을 채우는 암벽 위에 영상을 쏴서 연출한 진달래 언덕 장면은 압권이었다"고 칭찬했다.

반면 박인자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은 "오프닝에서 남자 무용수가 휘파람 부는 장면 등 부분적인 아이디어는 정말 좋았지만 너무 반복 동작이 많아 후반부로 가면서 조금 지루했다"고 평했다. 장선희 세종대 무용과 교수는 "예전 피나 바우쉬의 가학.피학적인 충격적인 안무를 기대했다면 조금 심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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