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병사 24명 '눈물 분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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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기난사 사건의 생존 병사들이 23일 국군수도병원 합동분향소를 찾아 동료 영정을 들고 오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두두두두…." 23일 오후 1시55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헬기 소리가 들리자 고 박의원 상병의 어머니 장정애(55)씨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아들과 같은 내무반에서 근무하던 장병들의 조문 소식을 듣고 합동분향소에서 기다리던 중이었다.

오후 2시10분 군용버스에서 내린 24명의 병사가 분향소로 들어서기 시작하자 유가족들의 오열이 터져나왔다. "왜 내 새끼가 죽어야 돼?" "다른 아들은 모두 왔는데 내 아들은 왜 안 왔나?" 흰 국화꽃을 영정 앞에 놓은 병사들은 유족들과 하나가 돼 울음바다를 만들었다.

한 아버지는 "너희는 모두 내 아들이다"라고 붙잡은 장병들의 손을 놓을 줄 몰랐다.

"이거 건욱이 시계입니다. 내무반에서 주웠어요."

애써 울음을 삼키고 있던 고 이건욱 상병의 어머니 최복남(50)씨는 한 장병이 건넨 시계를 들고서는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건욱이가 형에게 받았다며 애지중지하던 건데…. 건욱아, 건욱아…."

분향을 마친 병사들은 대부분 눈이 빨개진 채 다시 버스에 올랐다. 한 장병은 버스 의자에 얼굴을 파묻고 대성통곡했다. 고 전영철 상병의 어머니 장영화(44)씨는 끝내 실신해 가족 등에 업혀나왔다.

이날 오후 3시 시작된 육군의 보강수사 발표장에 참석한 부대원들은 "소대 분위기가 좋았으며 김 일병이 적응을 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성남=정형모.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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