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와 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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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아직 전반적인 상황을 판단하기는 성급하지만, 연초이래의 세수가 매우 부진하여 세금공세가 치열해질 전망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들어 2월말까지의 내국세수는 6천3백27억원으로 금년도 예정액인 5조5천8백24억원의 11.33%를 거두었으나 이를 작년 같은 기간의 진도율12.9%에 비하면1.6%포인트가 뒤지고 있다.
반면 추곡수매가 방출, 정부공사 조기발주 등으로 세출은 늘어나고 있어 2개월간의 총재정수지적자는 2천2백7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1천5백새86원을 훨씬 능가하고있다.
세수부진, 세출증가는 곧바로 통화증발로 연결되어 2월말의 총통화증가율은 26.9%에 이르고있다.
2개월간의 세수부진을 놓고 금년세수를 점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그 원인을 분석하고 지금부터 대응책을 찾아나가는데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지난날의 내국세수추이를 보면 매년 목표액을 상회해오고 있었다.
이는 징수기술의 개선, 새로운 세원의 포착에도 일인이 있었지만, 자연증수에 의한 세수증가분도 크게 한몫을 한 것이 사실이다.
즉, 인플레이션의 진행에 따른 외형의 증가나, 아니면 경기호조에서 오는 세수의 증가등 자연증수에 힘입은바 컸던 것이다.
그런데 작년하반기 이후는 비교적 물가가 안정되어 외형상의 증액도 기대할 수가 없고, 경기회복속도도 느려서 결과적으로 자연증수의 여지가 축소되고 있다.
따라서 세정당국으로서는 세금공세를 강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건축경기의 회복등, 완만하나마 경기가 상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작년도 부가세의 납부가 끝난 직후에 다시 세금공세를 취한다면 모처럼 일어나는 경기회복조짐에 찬물을 끼얹을 염려가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상반기에는 재정적자를 최소한으로 억제하여 통화증발을 줄이는 조심스러운 통화관리정책을 채택하고 하반기에는 예상되는 경기회복을 기다려 자연증수를 해나가는 방향으로 세정을 이끌어나가야 한다.
정부공사의 조기진행 외에는 세출을 극도로 제한하여 인플레이션의 소지를 없앰으로써 우선 정착되고 있는 안정기조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 경제지표에 비추어 3월 이후 상승할 경기동향에 순응하여 세수를 늘려나가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금은 세수자체보다도 조세의 경기조절기능이 중시될 시점이기 때문이다.
또 만약 올해 세수가 목표에 미달한다면 재정도 정부가 약속한대로 긴축을 하든가, 세출을 내년으로 이월하는 방안을 실행하면 된다.
단기간의 세수부진에 놀라서 세금공세를 취한다면 하반기에 있을 자연증수분을 스스로 잠식하여 경기회복을 지연시킬 우려가 다분히 있는 것이다.
세정당국이 숨겨진 세원의 발굴, 탈세의 방지등을 기하겠다고 하는 것은 정상적인 업무의 일환이므로 특별히 경제활동에 지장을 줄 것은 없다.
다만 세수증대만에 목적을 둔 세금공세가 실질적으로 경기를 제동하고 그에 더하여 심리적으로도 압박감을 주어서는 곤란하다.
그러므로 상반기는 통화관리의 철저, 하반기는 자연증수를 거두는 쪽으로 경제정책이 운용될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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