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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록이 미술 속에…신세대 "코드가 맞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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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화가 임국씨에게 그림과 음악은 저절로 엉기는 삶 그 자체다. 그림악보가 원시 벽화처럼 그려진 전시장에 들어서면 음악과 미술에 몸을 맡기고 사는 기쁨이 느껴진다.

▶ 나라 요시토모가 1995년에 발표한 "긴 긴 밤".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떠오르게 하는 그의 캐릭터는 어린아이나 의인화된 동물의 모습을 빌려 쓸쓸하고 스산한 현대 도시인의 심사를 드러낸다.

록과 펑크 음악, 만화와 애니메이션, 인터넷과 블로그가 미술 속으로 들어왔다. 혼자 즐기던 대중문화의 감성이 풍부하게 울리는 한국과 일본 작가 전시장에 젊은층은 떼지어 찾아오는 것으로 화답한다. 1960년대 이후 고도성장기에 태어나 비슷한 문화 세례를 받고 자란 청년 세대끼리 통했다. 이들 작품에 스민 반항정신과 불안과 고독이 관람객의 마음을 건드리고 끌어당기는 매력이다.

일본 팝아트(Neo Pop)의 대표 작가 나라 요시토모(46.奈良美智)의 개인전 '내 서랍 깊은 곳에서'가 열리고 있는 서울 태평로 로댕갤러리는 하루 1000명이 넘는 젊은이가 찾아와 일본풍 '오타쿠 아트'를 즐기고 있다. 꾹 다문 입에 살짝 치켜뜬 길쭉한 눈, 동그란 얼굴과 통통한 몸이 앙증맞은 꼬마의 이미지는 나라가 창조한 현대인의 표상이다. 어린 시절 따돌림을 당한 작가의 체험이 밴 뚱하면서도 슬픈 얼굴은 예쁘장한 팬시 상품의 모델로도 제격이다. 이번 한국전은 전시장 안에 작은 집을 여러 채 짓고 작가가 잠시 자리를 뜬 듯 작업실 풍경을 그대로 되살림으로써 '홀로'에 익숙한 관람객이 더 친밀감을 느끼게 꾸몄다. 8월 21일까지. 02-2259-7781.

임국(40)씨의 '사루비아 다방 프로젝트 2005'는 음악과 그림이 만나 일군 현대판 석기 시대를 보여준다. 서울 관훈동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의 계단을 따라 땅 밑으로 내려가는 순간, '딩딩 디디딩'울리는 베이스 기타의 저음이 먼저 관람객을 맞는다.

기타리스트이자 화가인 임씨는 콘크리트가 그대로 노출된 벽에 그림악보를 그리고 한 쪽에 연주 영상을 틀어놓아 시공과 장르를 초월한 일종의 환상지대를 창조했다. 관객은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고 절로 몸을 흔든다. 전시장은 때로 암호 같은 형상이 펼쳐진 동굴이 되었다가 다음 순간 홍대 앞 클럽으로 변한다. 코드 진행만으로 표현한 그림악보는 보기에 아름답고 자유로운 연주에도 맞춤하다. 음악과 미술이 삶 속에서 한 몸으로 똬리를 틀며 돌아가는 풍경은 한마디로 '짱'이다. 30일까지. 02-733-0440.

한국과 일본의 신세대 감각 작가 14명이 한꺼번에 우정 출연한 무대도 볼 만하다. 24일부터 7월 31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한일 현대미술전-팝 팝 팝(POP)'이다.

나라 요시토모와 함께 '오타쿠 아트'의 대표 작가로 꼽히는 무라카미 다카시를 비롯해 사와 히라키.사와다 도모코.오자와 쓰요시.강영민.김준.낸시 랭.안성하.이동기.홍경택씨 등이 팡팡 튕기는 발랄한 작품을 선보인다. 02-720-1020.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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