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대는 좋지만 눈치 보인다"|"버스는 차라리 반액정도 냈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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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경로우대증 발급이후…한국부인회 간담회>
노인들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노인문제 간담회가 한국부인회총본부(회장 박금순)주최로 3일하오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동회가 지난1윌10일 설치한 노인문제상담실을 통해 나타난 경로우대증 발급이후 실태와 문제점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업계·학계·정부·노인등 각계가 참석한 이날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경로우대증 발급에 일단 환영을 하면서도 운영에 있어 각기 의견차를 보였다.
모범운전기사인 배기영씨(김포교통) 는 『시내버스의 경우 무료인 까닭이어서인지 요즘 부쩍 노인들의 외출이 많아진 것 같다』면서 『개인입장으로 우대증 발급은 반갑지만, 업주측에서는 입금액이 줄어들므로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내원 김경희양(김포교통)은 『기동이 원활치 않은 분이 혼자 탑승하거나 목적지를 분명히 대지 못하는 노인의 경우 근무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히고 『무임승차여서 소홀히 한다는 오해를 사는 수도 있어 더욱 난처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동이 불편한 노인의 나들이엔 반드시 보호자가 따라줄 것과 목적지를 제대로 댈 수 없는 노인의 탑승시에는 행선지를 적은 쪽지를 함께 해줄 것을 희망했다.
안댁순할머니(67)는 『경로우대증을 시내버스 승차시에 이용해 봤으나 국교생도 반액을 내는데 자신은 전액무료라는 점 때문에 국교생이나 안내양에게 죄스런 느낌까지 든다』면서 반액이라도 내고 타는 것이 떳떳할 것 같다는 견해를 보였다.
조룡구씨 (대한목욕업중앙협의회 부회장)는 『기왕의 경로우대증은 사진이 없어 본인확인이 곤란한 점을 이용, 서로 돌려가며 사용하는 폐단이 있었으나 현재는 사진부착으로 본인확인이 가능해 편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종전 70세에서 65세 이상으로 연령이 낮춰져 적용대상이 많아졌고, 노인외에 어린이·상이군경등 다른 할인계층도 많아 운영에 압박을 느끼므로 수도요금·세금등 감면혜택이 있기를 정부에 요망했다.
그는 또 우대증을 소지하지 않은 노인은 혜택을 받을 수 없으므로 번거로와도 사용때마다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해철과장(보사부 노인복지과)은 『현재 경로우대 대상은 전 인구의 3·9%인 약1백48만명』이라고 밝히고 종업의 불친절이나 기대이하의 대우는 교육이나 홍보를 통해 시정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끔 낚시터나 비행기 탑승·식당등에도 해택을 보게 해달라는 요청도 있으나 복지법상 민간기업체에는 권고사항으로 돼있기 때문에 강요할 수는 없다』고 분명히 했다.
그는 노인문제의 핵심을 ▲역할상실 ▲소득상실 ▲건강 ▲소외·고독감등 4고로 분류하고 그중 건강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내년부터 보건소 및 국·공립 병원에서 싼값으로 건강진단을 받게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의 양로원은 생활보호대상자만이 들어갈 수 있게 돼있는 실정』임을 밝히고 법에 규정된 양로시설· 요양시설·유료양로시설은 오는 5∼6월께 시행규칙이 작성되면 내년께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유료양로원이 사소한 가족간의 불화를 이유로 이용될 경우 오히려 가족파괴라는 단점을 지니게 되며 상류계층의 호화시설은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어 이를 피할 수 있는 단계적 조처가 필요할 것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범국민적 노인공경의식 고취를 위해 노인헌장 및 효자·효부발굴·경로주간등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최홍기교수(서울대사회학)는 『노인문제는 1차적으로 가족단위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현재 가족내의 노인의 위치는 부부·자녀 다음순위로 돼있다』면서 전체·사회·국가적 차원에서 노인공경의식을 불러일으키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대증 사용시 느끼는 죄의식을 없애고 소득고민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연금제도를 고려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편 동회의 노인문제상담실에는 2월말 현재 취업39건, 건강8건, 갈등4건, 결혼상담3건, 양로원 입소2건, 기타문의12건등 모두68건이 접수됐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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